[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2월20일 2022년도 경제정책방향(경방)의 주요 내용들이 발표되었다. 먼저, 2021년도의 경제성과로는 빠른 경제회복을 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평균 성장률이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2%보다 높았고,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5천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좋았고,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늘었다. 부진했던 고용 역시 위기 전 수준에 거의 근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보면 경제를 잘 운용했다고 볼 수 있다.
2022년도 경방은 임기가 4개월 정도 남은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해보면 대체로 중립적이고 밋밋해 보일 수밖에 없다. 3월에 대통령 선거 후 인수위 체제로 전환될 것을 고려해보면 3개월짜리 경방에 특정 색깔을 입히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내년 경방의 주요 내용은 크게 보면 경제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고, 코로나 피해가 컸던 민생 부문이 활력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정책들을 포함하고 있다. 재정정책은 총지출을 8.9% 증가시키는 확장재정을 하는 동시에 상반기에 63%를 조기지출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피해 업종에 대해서는 소비회복세가 가속화되도록 세제 및 재정 인센티브를 확충하도록 되어 있다.
대표적인 소비회복 정책으로 추가소비 특별공제, 상생소비 더하기 플러스, 상생소비의 달을 들 수 있다. 추가소비 특별공제는 2021년 대비 5% 이상 증가한 카드 사용액의 10%를 100만원 한도에서 공제해준다. 전통시장에서 소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 소득공제를 추가하여 최대 20%의 공제효과를 제공해준다. 여기에 대규모 소비이벤트를 순차적으로 열도록 되어 있다. 5월 초에는 대한민국 동행세일, 11월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 12월에는 크리스마스마켓을 열 예정이다. 15조원의 지역사랑상품권과 3조5천억원의 온누리상품권도 발행한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 회복을 위한 지원책의 효과성에 있다. 먼저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불분명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8년 연구를 보면, 신용카드 등을 통한 소득공제의 경우 도입 초기에 자영업자 과표 양성화에 크게 기여했으나 최근에는 그 효과가 둔화되고 있다. 공제율이 높은 카드를 이용해 소비를 하는 효과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소비가 증가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통시장 이용분에 대한 추가공제는 정책효과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납세자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상생소비 더하기라는 정책은 도를 넘어섰다. 소상공인 등에 일정 금액 이상을 소비할 경우에 소비자에게 추첨번호를 부여하고, 다음달에 추첨을 해서 당첨금을 지급하겠다는 정책이다. 일종의 소비복권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시행 기간은 5월 개최 예정인 동행세일 전후 3개월이 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소비복권과 유사한 제도로 영수증 복권이라는 것이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영수증 발급을 꺼리던 시절, 영수증을 복권화해 추첨을 거쳐 당첨금을 주었다. 소비자들이 영수증 발행을 요구함으로써 자영업자들이 매출을 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20대 국회에서는 전통시장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전통시장 영수증 복권 제도가 발의된 적도 있었다.
소비복권의 당첨금이 알려진 대로 100만원 정도가 된다고 하면, 당첨 기대금액은 당첨 확률을 고려해보았을 때 작은 금액일 것이다. 이 당첨금을 기대하면서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릴 것을 예상하면서 해당 정책을 냈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소비복권 정책이 몇줄 안 되는 경방의 보도자료에 자리를 차지할 만큼 실효성이 있다고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생각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비복권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소비는 이루어질 것이고, 당첨자는 나올 것이다. 소비복권이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없어도 예산으로 책정된 당첨금은 소진된다. 곳간지기를 자처해온 기재부 관료들의 정상적인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 기재부 지도부 중에 소비복권에 꽂힌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추진한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지금이라도 철회할 수 있으면 철회하고 자영업자 피해 지원에 한 푼이라도 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