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아침햇발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집권 여당이 새 대표를 뽑는다고 전국을 돌며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당 지지도는 엉망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2월7일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21.3%에서 20.3%로 1.0%포인트 떨어지고 한나라당은 32.7%에서 34.7%로 2.0%포인트 올랐다. 두 주 전 지지율 격차 11.4%포인트에서 14.4%포인트로 벌어진 것이다.
전당대회를 하면서 당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18일 이후의 추세를 지켜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실패한 전당대회로 치지 않을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됐을까? 첫째, 당의장 후보 두 사람이 경쟁을 한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 정책 대결이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거의 없고, 당권파 책임론과 그에 대한 반론, 연합론과 자강론만 있었다. 국민들이 ‘먹고 사는’ 일과 별 관련이 없는 ‘정치공학’이 판을 친 것이다.
정책 대결의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놓쳤을 뿐이다. 김근태 후보는 토지공개념을 제기했지만 본격적인 논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 개정이 가장 필요한 분야’는 △토지공개념 도입 55.6% △통치형태 개정 21.8% △영토조항 개정 11.3%의 차례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정치인들은 몰랐던 셈이다.
둘째, 안이했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됐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것도 아니었고, 당의장 후보들의 지지율도 5%와 2%대에 불과했다. 둘을 합쳐도 이명박, 박근혜, 고건 어느 한 사람의 지지율에 훨씬 못미친다.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도토리 키재기’라는 비아냥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바로 그래서 ‘고민’이 필요했다. 그러나 부족했다. 정동영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손바닥만한 당내 기득권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열린우리당은 당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국고에서 끌어다 쓰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했다. 당직 선거이니 당원들이 알아서 하겠다는 논리였다. 그나마 대부분의 당원들은 이번 대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초기에 전체 당원 투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당원 자격 논란, 지역 편중, 비용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였다. 지방에서부터 순차적으로 투개표를 하는 방식도 채택되지 않았다. 1만2천명의 대의원이 한자리에 모여서 투표하는 이번 전당대회 방식은 어쩌면 처음부터 흥행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영국 보수당은 39살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당수로 선출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보수당의 당수 선출 방식이다. 하원의원들이 뽑은 후보 2명을 상대로 당원 20만명이 11월 한 달 내내 우편투표를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1997년 정권을 빼앗긴 뒤 보수당이 개혁 차원에서 도입한 것이다. 노동당도 하원과 유럽의회 의원, 노동당원, 노동조합원이 ‘3분의 1’씩의 지분으로 당수를 선출하는데, 당원과 조합원의 경우 자격을 갖춘 전원이 우편투표를 한다. 노동당도 야당 시절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사례도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금 새 회장을 뽑고 있는데, 모든 회원이 우편투표를 한다. 개혁 바람이 분 2001년부터 벌써 세번째다.
그렇다. 위기는 개혁을 부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위기인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개혁을 미루고 있다. 고민이 부족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그렇다. 위기는 개혁을 부른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위기인데도 정신을 못 차리고 개혁을 미루고 있다. 고민이 부족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열린우리당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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