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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한민의 탈인간] 도시어부에 반대한다

등록 2022-03-27 15:30수정 2022-03-28 02:01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들이 지난해 6월21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앞바다에서 폐통발 더미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 활동가들이 지난해 6월21일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 남애리 앞바다에서 폐통발 더미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김한민 | 작가·시셰퍼드 활동가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책이 널리 읽히고 있다. 맞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에 둥둥 떠다니는 고기, 우월한 존재인 인간이 맘대로 갖고 놀고, 출출하면 먹고, 심심하면 버려도 되는 무한한 ‘자원’으로서의 그 물고기는, 없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동물이라는 범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토록 다양한 수백만의 존재를 한 단어 안에 가두는 무지를 지적하며, 그 개념적 폭력성이 동물에 대한 실체적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동물이란 말도 그러한데 적나라하게 ‘물의 고기’라니! 아름다운 우리말 중 예외로 치고 싶은 실패작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물살이라는 말을 쓴다.

물론 상기한 책은 어류 권리에 관한 책도 아니고, 물살이에 대한 우리 태도를 바꿔주지도 않는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채식주의자가 됐다는 사람을 못 본 것처럼, 흥미롭지만 변화를 촉구하진 않는다.(그래서 베스트셀러인지도!) 정말로 널리 읽혀야 할 책은 <물고기는 알고 있다>이다. 물고기란 말에 가려진 어류의 놀라운 기억력, 사회성, 협동, 감정 등,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한 세계를 펼쳐주는 명저로, 소설적 반전 하나 없어도 한번 쥐면 놓기 힘들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아직도 어류의 고통이 있네 없네 수준, 아니 거기까지 가지도 않고 일말의 인식도 없어 보인다.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국민 취미’ 1위가 되면서, 방송 매체에도 관련 프로그램이 넘친다. 시내버스를 타도 시청을 강요당할 정도로 확산됐다. 생존을 위해 어류를 죽이고 먹어온 오랜 전통조차 되돌아보며, 과연 그 방법밖에 없는지 고민하고 대안을 실천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는 판에 오로지 재미, 오락, 가족 단위 여가로 저지르는 살상이 권장되고 각광받는다. 살리는 취미도 많은데 하필이면 잡고 죽이는 취미를 즐기며, 최소한 매너라도 좋았다면! 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이 배출하는지, 내가 속한 해양환경 단체는 바다 청소를 자주 가는데 매번 낚시터 주변이 가장 지저분하다. 시민의식 있는 낚시인은 소수라는 걸, 셀 수 없는 쓰레기(낚싯줄, 추, 찌 등)가 고스란히 증명한다. 그래서 낚시 면허제가 거론된 게 수십년째인데 ‘낚시계’의 반대와 의지 부족으로 진척이 없다. 면허제가 어류 권리를 고려해서 나온 제도는 당연히 아니다. 빈번한 안전사고, 무분별한 포획(2016년에 연근해 어획량의 약 12%), 그로 인한 어업인과의 갈등, 쓰레기(특히 플라스틱) 문제 등 때문이다. 낚시 인구 천만 시대에 한국에서 적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낚시에 딴지를 거는 것. 어떤 공무원이 나서겠는가? 물론 면허제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지극히 기초적이고 당연한, 최소한의 규칙조차 없는 현주소를 보여줄 뿐이다. 사실 내가 가장 먼저 소망하는 변화는 ‘낚시 예능’이라는, 약한 존재에게 가하는 폭력의 일상화·오락화를 공고히 하는 방송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고기나 살육 자체보다 바다와의 교감, 고요의 음미를 선호하며, 미늘 없는 낚싯바늘을 사용해 잡자마자 놓아주는 낚시인이라면 이를 반기지 않을까?(라고, 착각에 빠져본다.) 정작 방송을 타야 할 정보는 풀어주는 낚시조차 어류의 보호용 점액층과 피부를 손상시켜 결국 죽이기 쉽다는 사실 같은 내용들이다.

크리 인디언의 유명한 속담이 있다. “마지막 나무를 베고 나서야, 마지막 물고기를 먹고 나서야, 마지막 시냇물을 오염시키고 나서야, 그제서야 인간은 깨달을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이 깊이 있는 말도 미세플라스틱 쓰레기에 신음하는 인류세 시대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 이렇게. “마지막 물고기를 먹고 나서야 인간은 깨달을 것이다. 플라스틱을 먹었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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