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제2분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방문해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계의 창] 존 페퍼 |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한국인들은 최근 대선의 시사점을 정리해가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반부패 의제로 떴고, 정부 기능을 뒤흔들 여러 계획을 갖고 있다. 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축소하고, 기업 인센티브를 늘리며,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을 확대하고, 주택 250만가구 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 보수 정부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분야는 외교 정책일 것이다. 새 정부의 접근 방식을 요약하면 ‘2노 1예스’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북한과 중국 양쪽에 ‘노’라고 말하고 미국에는 큰 ‘예스’로 호응할 것이다.
정구연과 앤드루 여는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한국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 즉 강대국들 간 경쟁에서 한쪽을 편드는 것을 조심하는 자세는 지정학적 경쟁이 심화하는 시대에 점점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과 관련해 “한국의 외교 정책은 명확한 가치가 없다면 한계가 있고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상한 결론으로 보인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뚜렷한 가치를 갖고 있었다. 단지 미국의 그것과 상충했을 뿐이다. 문 대통령과 동료들은 북한과의 긴밀한 협력을 중시했다. 중국을 둘러싼 강대국들 간 경쟁의 완화를 중시했다.
‘2노 1예스’ 정책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한·중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긴밀히 연결돼 있다. 중국은 한국 상품의 가장 큰 시장이다. 강력한 무역 관계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도입하는 것을 둘러싼 이견도 견뎌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교착을 풀기 위한 계획을 갖고 집권했다. ‘3불’ 정책에 따라 사드 포대 추가 배치, 미국의 지역 미사일방어체제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중국과의 무역 관계는 복원됐다. 중국은 최근 사드 대치 당시 부과한 한국 콘텐츠의 스트리밍 금지를 해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사드 포대를 추가 배치해 ‘3불 정책’을 파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문재인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이용해 남북 철도 같은 프로젝트로 한반도를 연결할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기를 희망했다. 공동 에너지 사업 같은 다른 유인책도 북한을 고립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는 줄곧 미국이 이런 비전에 동의하게 만드는 게 과제였다.
일단 취임하면 윤 당선자도 입장을 바꾸고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사업가처럼 생각했다. 윤 당선자가 검사처럼 사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을 처벌해야 할 범죄자로 취급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우선 모든 핵무기를 포기해야 ‘플리바게닝’(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할 때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에 동의하려고 할 텐데, 그런 전략은 이제껏 성과가 없었다.
워싱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에 이어 문 대통령이 퇴장하면 한-미 관계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의 외교 정책 엘리트들이 중국과의 관여로부터 중국의 야심을 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도 윤 당선자의 반중국 충동과 꼭 들어맞는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선거에서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야당이 아직 의회를 지배한다. 미국의 희망 목록 맨 위에 있는, 한국이 일본과의 화해를 추구하려는 노력은 상당한 국내적 반발을 만날 것이다. 쿼드와의 긴밀한 공조 추구도 같은 저항을 만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결점과 실패한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에서 심각한 냉전적 분열에 저항한 주요 인물이다. 그는 미-중 사이에서 공간을 확보하려고 했다. 북한을 고립으로부터 탈출시키려고 했다. 그가 퇴장하면 한국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절반씩 갈라진 것처럼 이 지역은 다시 양극화될 것이다.
윤 당선자의 선거 승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럽의 양극화와 시기가 맞아떨어진다. 팬데믹, 기후변화, 난민 등 여러 문제에 대처하는 국제적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에 유럽과 아시아에서 중간 지대가 실종되는 것은 실로 위험한 국면 전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