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니 리펜슈탈의 1935년 작 <의지의 승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프로파간다 무비로 꼽힌다. 1934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당대회를 담았다. 창공을 날던 항공기가 구름을 뚫고 하강하는 장면으로 시작한 이 서사 다큐멘터리는, 아돌프 히틀러가 군중의 환호 속에 비행기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공항 신’으로 이어진다. 히틀러의 등장을 신의 강림에 빗댄 노골적인 화면 연출이다.
당대의 첨단 촬영기법이 총동원된 이 영화의 몇몇 장면은 후대의 선전영화뿐 아니라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 극영화에도 심심찮게 차용됐다. 질서정연하게 펼쳐지는 군중집회, 열정적인 지도자의 퍼포먼스는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그 스케일과 역동성에 속절없이 매료되기 십상이다. 특히 제복 차림의 히틀러가 수행 간부 둘과 대회장 단상을 향해 입장하는 원거리 ‘부감 숏’은 도입부의 항공기 신과 더불어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지난 주말 유튜브의 화제는 단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등장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영상이었다.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격납고가 열리자 항공 점퍼를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군복 차림의 두 사내를 거느린 채 천천히 걸어 나오는 장면은 히틀러의 전당대회장 입장 신을 떠올리게 했다.
영상 속도에 변화를 주는 ‘타임 매핑’과 ‘줌 인 아웃’을 뒤섞고 다양한 컷을 교차 편집한 화면 연출은 블록버스터 예고편의 전형적인 문법이었다. 리춘희 아나운서가 텍스트를 ‘낭송’하는 가운데 발사체 이륙 장면과 이를 바라보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교차시켜 내보내던 지금까지의 미사일 발사 영상과는 확연히 다르다. 영상을 송출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매체라는 점에서, 밀반입된 남한 동영상의 영향으로 턱없이 높아진 주민들의 눈높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반응은 엇갈린다. 북한의 촬영·편집기술이 몰라보게 발전했다는 평가는 대체로 50대 이상에서 나온다. 젊은층은 냉소가 주류다. 돈 들여 잔뜩 멋을 부렸는데, 어딘지 허술하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B급’을 지향하며 만들었더라면 ‘프로파간다 무비의 컬트’로 역사에 길이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느낌도 든다.
이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