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란 ‘정책이나 후보의 강점을 알리기보다 유권자 감성에 호소하는 정치’를 뜻한다. 이미지 정치가 대중에게 각인된 사례로는 196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온 존 에프(F) 케네디 후보와 리처드 닉슨 후보의 사상 첫 텔레비전 토론회가 꼽힌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부각한 케네디는 차분한 논리를 앞세운 닉슨을 압도했다. 사회가 다원화될수록 정치인이 내놓은 정책은 복잡해진다. 그렇다 보니 유권자는 개별 정책을 꼼꼼히 분석하기보다 이미지로 정치인을 판단하는 경우가 흔해진다. 이 때문에 이미지 정치는 날이 갈수록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이미지 정치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식에 아이돌 그룹 섭외를 추진하고, 취임 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다. 모두 이례적인 경우다. 취임식에 방탄소년단(BTS) 공연 추진은 라디오에 출연한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 발언에서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게시판에 항의하는 글 1000여건이 올라오자, 인수위는 “어떤 제안을 하거나 연락한 적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끝이 아니었다. 윤 당선자가 지난달 20일 전파를 탄 <유 퀴즈 온 더 블록>(티브이엔·이하 <유 퀴즈>)에 출연하면서 논란이 다시 일었다. 이에 <유 퀴즈> 시청자 게시판엔 항의하는 글이 1만여개 올라왔다. 또 끝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김부겸 국무총리의 출연 요청은 거절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이런 논란은 정치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을 이용하려 했기에 불거졌다. 윤 당선자의 ‘프리 라이딩’(무임승차)이 원인이다. 방탄소년단과 유재석은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 이미지는 그저 나온 게 아니다. 방탄소년단은 환경, 빈곤과 불평등 개선, 다양성 존중 등에 목소리를 내고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유재석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유느님’이라는 별명을 얻은 건, 착한 심성에 따뜻한 선행 등의 이미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미지에 당선자가 은근슬쩍 타려다 보니, 팬들은 강하게 저항한 것이다. 국민은 예능에 얼굴을 비치는 당선자보다 앞으로 5년 동안의 국정에서 성과를 내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한다. 그게 이미지를 더 높이고 지지율을 더 올리는 방법이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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