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의 프로기사 400명 시대가 다음주 열린다. 17일 57회 여자입단대회를 통해 3명의 기사가 추가되면 400명(남 322명, 여 78명)이 채워진다. 1945년 고 조남철 9단이 서울에 한성기원을 연 뒤 77년 만이다. 그동안 한국 프로바둑은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등 세계를 호령하는 기사를 배출했고, 현재 신진서 9단이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프로기사의 양적 팽창은 1990년 100명을 넘어서면서 가팔라졌고, 2005년(202명), 2015년(305명), 2022년(400명)까지 100명씩 더해지는 시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
프로기사 수의 확대는 중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것이다. 2012년부터 영재입단 제도를 만들어 한국기원 연구생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특출한 재능의 선수들이 뽑힐 길이 열렸다. 신진서, 신민준 등이 영재입단 코스로 프로가 된 인재들이다.
한국은 연평균 17명의 입단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지난해 8명을 프로로 받아들였고, 중국기원은 36명을 입회시킨 바 있다. 일본은 관서기원을 포함해 486명이, 중국은 307명이 실제 프로기사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기사가 늘어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바둑은 다른 스포츠에서 일반적인 은퇴 개념이 거의 없다. 10대부터 80대까지 지력 대결을 펼치고, 예선 대국료도 평등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나이 든 ‘레전드 기사’도 등장하지만, 상대적으로 승률이 높은 젊은 세대 쪽에서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는 입단제도에 대한 찬반이 갈린다. 확대론은 기사 수가 늘어나도 우승을 다투는 기사는 100명 이내로 한정돼 있어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고, 축소론은 ‘파이’가 제한된 만큼 소수가 대결할 수 있도록 정예화하자고 주장한다.
한국기원도 기전 확대, 국외시장 개척과 더불어 프로기사들이 대국 외에도 바둑 보급이나 교육 등의 영역에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계에 이른 내부 연금이나 은퇴금 제도에 대한 개혁도 발등의 불이다.
30년 뒤에 프로기사 1000명 시대를 맞게 될 한국기원이 어떤 묘수를 낼지 궁금하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