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을 지지한 보수 유권자의 정서를 보듬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보수는 자유를 좋아한다. 대한민국 앞에 자유를 넣어 ‘자유대한민국’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자유는 중의적이다. 먼저,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즉 북한의 독재 정권보다 우월한 이데올로기에서의 자유다. 또 다른 자유는 탈규제를 강조하는 뜻으로 활용된다. 즉 밀턴 프리드먼의 시장중심주의, 작은 정부를 함의하는 경제에서의 자유다.
이처럼 한국 보수는 자유라는 키워드를 좋아하지만, 자유라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국 정치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1859)은 잘 읽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자유론>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밀은 그나마 자신이 쓴 책 내용을 쉽게 읽히게 하려고 다양한 예시를 책 곳곳에 넣었지만, 그 예시 역시 160여년 전 것이어서 쉽게 와닿지는 않는 편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개인이 사상·표현·양심·취향·집회·결사와 관련해 무한한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우리나라 헌법 각 조항에 자유권적 기본권으로 스며 있다. 하지만 밀은 이런 무한한 자유도 제한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때다. 이를 ‘해악의 원칙’(the harm principle)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을 폭행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밀이 주장하는 자유의 기본 원칙인 셈이다.
2007년 첫 발의 뒤 15년간 한발도 떼지 못하던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25일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정 공청회가 열렸다. 역사적인 자리였지만, 국민의힘의 참석 거부로 ‘반쪽 공청회’가 됐다. 심지어 국민의힘 기독인회는 며칠 전 차별금지법을 두고 ‘개자완박’(개인의 자유 완전박탈)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반대했다. ‘혐오의 자유’까지 자유라고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국가인권위가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7.2%가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밀은 <자유론>에서 나와 다른 의견, 다수와 다른 소수 의견이 옳을 수도 있다는 것과 그런 의견을 억압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유의 뜻을 더 정확하게 음미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보수층이 <자유론>을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어떨까 싶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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