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노키아는 지구촌 휴대전화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선두기업이다. 중동지역에서는 그 갑절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여기에 일조하는 것이 ‘일콘’ 단말기다. 아랍어로 ‘우주’라는 뜻이다. 이 단말기에는 어디서든 이슬람 기도시간을 알려주는 경보 기능이 있다. 지구촌 5000곳 이상에 대한 ‘키블라’도 입력돼 있다. 키블라는 기도 때 머리를 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아울러 이슬람 달력과 영어판 코란까지 들어 있으니 무슬림들의 손길이 갈 만하다.
한 영국 회사는 얼마 전 ‘할랄 초콜릿’을 내놓아 무슬림의 환영을 받고 있다. 달지만 동물 성분이나 알코올은 들어 있지 않다. ‘할랄’은 동물을 도살하는 이슬람 의식이다. 무슬림은 이 의식을 거친 육류를 먹어야 한다. 가게에서도 할랄 표시가 있는 식품을 골라 산다.
메카콜라도 이런 ‘이슬람 마케팅’을 활용한 상품이다. 메카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이슬람 성지다. 이름도 용기 모양도 미국 코카콜라의 짝퉁 같지만,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이슬람권과 유럽을 중심으로 10억리터를 팔았다고 회사 쪽은 말한다. 창업자인 튀니지계 프랑스 언론인 타우피크 마틀루티는 애초 “정치의식을 갖고 마셔라”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익의 10%는 팔레스타인 사람을 인도적으로 돕는 데, 다른 10%는 콜라가 팔리는 현지 자선단체 지원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라크 침공 이후 높아진 반미정서는 시장 진입에 큰 도움이 됐다. 최근에는 마호메트(무함마드) 만평 파문에 힘입어 매출이 세 배로 뛰었다고 한다.
새천년 들어 각지에서 종교를 이용한 마케팅이 늘고 있다. 치열한 세계화 시대에 상품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국경을 넘어설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 마케팅은 거기에다 서방에 맞서는 ‘정치 마케팅’ 성격이 추가된다. 미국의 일그러진 대테러 전쟁이 빚어낸 부산물이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