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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내 월급만 깎이는 ○○플레이션 시대 / 유선희

등록 2022-06-29 16:18수정 2022-06-30 02:38

‘○○플레이션’이라는 말의 홍수 시대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심화하자, 이 말을 여기저기 붙인 ‘신조어’가 날마다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용어가 ‘런치플레이션’이다. 점심을 뜻하는 ‘런치’와 인플레이션을 합성한 신조어로, 점심값마저 부담스러운 현실을 한탄하는 뜻으로 쓰인다. 파생된 말로는 ‘누들플레이션’도 있다. ‘면’을 뜻하는 ‘누들’을 앞에 붙인 말이다. 냉면은 1만5천원, 칼국수는 1만원까지 치솟아 ‘국수 한 그릇도 부담된다’는 의미다. 휴가철이 도래하자 ‘베케플레이션’도 유행어가 됐다.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비행기와 호텔 값 등이 폭등하면서 ‘휴포자’(휴가포기자)가 속출하자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칩플레이션’,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봉쇄로 인한 부품 조달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신차는 물론 중고차 가격까지 상승하는 현상은 ‘카플레이션’이라 부른다. 최근에는 ‘푸틴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원유 등의 가격이 급등한 것을 두고 “이 모든 가격 상승이 푸틴 때문”이라는 비난의 뜻으로 쓰인다.

당분간 인플레이션 관련 신조어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상승이 계속될 조짐이기 때문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28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월(5.4%)을 웃도는 6%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결국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7월부터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5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11원 오른다. 4인가구 기준 부담해야 할 공공요금이 월 4천원 가까이 늘어난다.

정말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다. 물가상승과 공공요금 인상은 저임금 취약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 그런데도 경영계 쪽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지면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주장을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내내 반복해왔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 이하면 실질임금은 삭감되는 셈이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가 아니라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깎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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