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람쓰기는 국정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풍향계이자 메시지다. 인사가 만사라지만, 때때로 ‘망사’가 되어 정권을 위기로 몰아넣었다. 역대 대통령들은 인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분리한 현재 인사 시스템의 기본 틀을 마련한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전 정부까지는 민정수석실이 인사 추천과 검증을 도맡았다. 노 대통령은 인사수석을 신설해 추천 기능을 전문화했고, 이어 민정수석실 검증,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인사추천회의를 거치도록 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고자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수석을 두지 않고 인사비서관이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실용인사’를 강조했지만, 이상득·박영준 등 핵심 실세들이 인사에 관여해 잡음도 많았다. 2012년 8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스폰서 의혹으로 파문이 일자, 이 대통령은 인사비서관을 인사기획관으로 격상시키며 책임성을 강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초 인사 담당 행정관이 실무를 맡고, 비서실장과 주요 수석이 고정적으로 참여하는 인사위원회를 운영했다. 하지만 안대희·문창극 등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달아 낙마하자, 2014년 6월 인사수석을 신설했다. 인사수석실 추천→민정수석실 검증→인사위원회로 이어지는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이 사실상 ‘부활’했지만, 비선 인사가 판치는 현실에서 한계가 명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인사 시스템과 철학을 발전시키고자 했다. 또 병역기피·세금탈루·음주운전·성범죄 등 ‘7대 비리’ 연루자를 배제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엄정히 지켜지지는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에 ‘외주’를 준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추천)→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1차 검증)→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2차 검증)의 3단계 시스템이다. 다만 인사 라인을 검찰 측근들이 독식하는데다, 지명되는 이들 역시 대통령과의 ‘친분’이 주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첫 조각에서 현재까지 낙마한 이들만 4명인데, 인재 풀의 한계, 졸속·부실검증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1일 인사 시스템 전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스템을 바꾸더라도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