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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방탄소년단과 ‘딴따라’ / 정혁준

등록 2022-07-25 16:34수정 2022-07-27 10:08

‘딴따라’는 연예인을 낮춰 부르는 말이다. 관악기 소리를 빗댄 영어 의성어(tantara)가 어원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신문에서 ‘딴따라풍 유행가’ 같은 표현이 나오면서 많이 알려졌다. 특히 ‘딴따라 같은 삼류 인생’, ‘딴따라 주제에’처럼 쓰이면서 가수와 배우를 비하해 부르는 용어로 굳어졌다.

이른바 ‘딴따라’의 수난시대는 군사정부 때였다. 권력자들이 파티를 열 때 연예인을 불러 공연을 시켰고, 거절하면 마약남용이나 풍기문란 같은 혐의를 붙여 뒤끝 작렬한 보복을 가했다. 한국 록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신중현에게도 ‘박정희 찬가’를 만들라는 압박이 들어왔고, 그가 여러차례 거절하자 보복이 뒤따랐다. ‘미인’ 같은 히트곡이 줄줄이 금지곡이 됐고, 방송 출연을 금지당하고 업소 출연마저 막히게 된다. 신중현은 1975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되고 연예인협회에서도 제명되는 시련을 겪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선진화되면서 ‘딴따라’는 ‘스타’나 ‘아티스트’ 같은 말로 바뀌었다. 케이(K)팝 가수들이 환경·빈곤·불평등·다양성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기부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런 인식전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방탄소년단(BTS)은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아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를 놓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유엔 총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청년·미래세대를 대표해 연설하기도 했다. 블랙핑크와 에스파도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정치권은 이런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듯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최경영의 최강시사>(한국방송 라디오)에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부인의 나토 정상회의 동행 논란과 관련해 “방탄소년단도 수시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해외 방문 때마다 동원돼 퍼포먼스를 벌이지 않았냐”고 말했다. 민간인 동행 논란을 덮으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대중문화인을 정치가 필요하면 ‘동원’ 가능한 대상으로 보는 인식 또한 은연중에 드러냈다. 사실관계도 틀렸다. 방탄소년단은 유엔에서 두번이나 초청받아 간 것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을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대사로 위촉한 자리에선 장성민 대통령실 정책조정기획관이 멤버 뷔에게 무례한 악수를 하며 ‘자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다. 이들 눈엔 여전히 대중문화인들이 ‘딴따라’로 비치는 듯하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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