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골프협회(USGA)가 지난주 1회 장애인 유에스오픈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한국남자프로골프 회원이기도 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이승민 선수가 우승했지만, 한 손으로 골프를 치거나 의족이나 휠체어에 의존해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성적과 상관없이 큰 감동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는 명칭에 ‘장애’(Disabled)라는 단어 대신 ‘적응하는’(Adaptive)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강한 의도를 지닌 이름짓기로 볼 수 있다. ‘할 수 없는’의 뜻을 지닌 디스에이블드의 부정적 의미 대신 ‘상황에 맞게 변화하는’이라는 어댑티브라는 표현을 채택하며 장애인들의 적극성과 진취성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언어학자 노먼 페어클러프는 “언어는 사회적 실천”이라고 했다. 언어가 사람들의 세계관을 바꾸고, 그것이 행동이나 표현까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가령 어댑티브 유에스오픈이라는 명칭을 처음 접할 때, 사람들은 무슨 대회인지 모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초기에 신체 손상을 강조한 임페어드(Impaired)에서, 특정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뜻의 디스에이블드나 핸디캡트(Handicapped)라는 용어가 쓰였듯이, 이제 어댑티브가 장애인을 뜻하는 말로 사람들의 의식에 자리 잡을 수 있다.
김권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정책실장은 “어댑티브라는 표현은 1950년대부터 미국 체육계에서 존재했지만 이번에 장애인 유에스오픈에서 좀 더 능동적인 의미로 이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81년 장애자 전국체전, 1988년 서울 장애자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를 거치면서 과거 장해자·장애자 등의 표현이 1990년대부터 장애인으로 바뀌었다. 패럴림픽이라는 명칭이 애초 패러플리지아(하지손상)라는 단어의 접두어 패러에서 차용됐지만, 요즘엔 비장애인과의 동행을 의미하는 패럴렐(Parallel)의 패러로 해석되기도 한다.
장애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아니라고 한다. 장애인 대 일반인의 이항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일반인 안에 이미 장애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언어 생활은 장애인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알린다. 어댑티브 유에스오픈 골프도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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