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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인플레 감축법과 대기업 증세 / 박현

등록 2022-08-22 16:18수정 2022-08-23 02:39

인플레이션은 해결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고약한 경제 현상이다. 개별 품목을 넘어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급등하는데다, 사람들 마음속에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한번 자리잡으면 이를 꺾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지금처럼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훼손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까지 더해지면 더더욱 난제가 된다. 그런데 미국이 지난 16일(현지시각) ‘인플레 감축법’ 시행에 들어가 주목된다. 과연 이런 명칭을 용감하게 붙일 수 있을 만큼 인플레를 줄일 묘수가 담겨 있을까.

이 법은 크게 세가지를 뼈대로 한다. 첫째는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3690억달러(약 495조원)를 투자한다. 둘째는 제약회사와 협상해 메디케어(정부가 보조하는 노인·장애인 건강보험) 처방약 가격을 내림으로써 2650억달러의 예산을 절감한다. 셋째는 대기업 법인세 최저세율(15%)을 도입하고, 세금 회피를 하는 부유층·대기업에 국세청의 징세를 강화해 약 4200억달러를 증세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대규모 투자를 함에도, 증세와 예산 절감을 통해 10년간 재정적자를 약 3천억달러 줄임으로써 인플레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인플레 감축 효과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맡은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증세와 예산 절감을 통한 재정적자 축소가 인플레를 줄이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금을 늘리거나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경제 전반의 수요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미 의회예산국(CBO)은 올해와 내년 인플레 감축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당장 치솟는 물가를 잡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인플레 감축법은 한국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던진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대기업 법인세 감세와 종합부동산세·상속세 감세 등을 핵심으로 한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는 대기업과 제약회사, 부유층의 부담을 늘려 인플레 국면을 타개하려는 미국과 정반대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조세정책의 본질은 똑같다. 특정 계층의 세금 부담이 늘면 다른 계층의 부담이 줄어들고, 특정 계층의 세금 부담이 줄면 그 반대 효과를 낸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부유층 증세를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해 취약계층의 인플레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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