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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실리콘밸리] ‘대해고의 시대’라지만 해고에도 품격이

등록 2022-11-27 19:06수정 2022-11-27 19:32

출처: 해고 데이터 집계 사이트(Layoffs.fyi)
출처: 해고 데이터 집계 사이트(Layoffs.fyi)

[뉴노멀-실리콘밸리]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기술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해고’(layoff)다. 재무적으로 탄탄한 대형 기술기업(빅 테크)들까지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자 ‘칼바람이 언제, 누구에게 닿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다른 기회를 찾아 직장을 그만두는 ‘대퇴사’가 유행했던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경기침체와 함께 찾아왔다.

실리콘밸리의 상징 중 하나였던 휴렛팩커드(HP)는 지난 22일 향후 3년 동안 최대 6천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6만여명 수준인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대규모 해고다. 이에 앞서 메타(페이스북)는 전체 직원의 13%인 1만1천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1만명을 감원했다. 시스코는 4100명, 질로우는 2천명을 해고했으며, 스트라이프와 세일즈포스도 각각 1100명, 950명을 감원했다. ‘가장 안정적인 회사’란 평가를 받던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전 직원 18만명 중 1%를 해고한 상태다.

갑작스러운 해고에 H1B(취업비자)로 체류하던 근로자가 미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 이주 이틀 만에 해고통보를 받거나 임신 중 갑작스럽게 해고됐다는 사례가 줄을 이었다. 최근 만난 한 메타 직원은 “함께 일해온 동료 직원들이 여럿 해고됐는데, (이메일 접속 차단으로) 회사 이메일로 연락할 수 없었다. 소셜미디어를 일일이 찾아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통상 실리콘밸리에서 해고는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실력과 관계없이 ‘회사 내 프로젝트 종료’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많고, 해고 뒤에도 별다른 편견 없이 다른 직장에 쉽게 취직할 수 있는 문화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감원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대형 사건으로 여겨진다. 그 규모가 코로나19 사태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해고 데이터 집계 사이트(Layoffs.fyi)에 따르면 올해 2분기부터 시작된 줄해고 인원은 총 12만7천명으로 2020년 2분기(6만명)의 두배가 넘는다.

트위터의 경우는 모양새도 좋지 않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는 최근 전체 직원 절반인 3700명에게 ‘트위터에서 당신의 역할’(Your Role at Twitter)이라는 제목의 이메일 한통으로 해고를 통지했다. 직원들은 회사 이메일 접속이 차단된 뒤에야 해고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계약직 5500명 중 4400명 역시 사전 통보 없이 해고됐다.

해고가 자유로운 실리콘밸리라지만 정리해고 땐 통상적으로 지키는 수순이 있다. 직속 상사인 매니저와 1대1 미팅에 이어 인사담당자가 퇴직금 등 처우를 설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트위터는 이런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 엔지니어는 “최악의 해고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처사였다”며 고개를 저었다. 해고 직원들은 “부당하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품격 있는 해고는 불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적어도 해고 사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시간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2020년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당시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 수요가 급감해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사실을 직원들과 수시로 공유했다. 자신부터 연봉을 삭감해 2021년 단 1달러를 받았다. 해고 직원들에게 재취업 지원책을 제공했으며 의료보험료까지 지급했다.

그는 해고 대상 직원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정말 미안합니다. (해고가) 부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님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에어비앤비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은 여러분의 재능과 자질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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