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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1원 한푼’ 안 받아도 죄가 되는 ‘제삼자뇌물’ [유레카]

등록 2023-01-11 14:48수정 2023-01-12 02:06

‘제삼자뇌물’은 청탁받은 사람과 돈 받은 쪽이 다르다. 김재욱 화백
‘제삼자뇌물’은 청탁받은 사람과 돈 받은 쪽이 다르다. 김재욱 화백

뇌물죄는 직무와 관련한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받은 공무원을 처벌한다. 공무의 ‘불가 매수성’, 즉 공무원의 직무를 사고파는 대상으로 삼지 못하도록 하려는 법적 대응인 것이다. 뇌물죄는 수뢰, 사전수뢰, 제삼자뇌물제공, 수뢰후부정처사, 사후수뢰, 알선수뢰 등 다양한 갈래가 있다. 늘 상상을 앞서가는 영악한 부패범과 이를 단죄하려는 지난한 노력이 뇌물죄의 종류를 늘려놨다.

그중 요즘 화제는 제삼자뇌물제공(삼자뇌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수뢰는 공무원인 ㄱ에게 ㄴ이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네면 성립한다. 중간에 매개가 없어 직접뇌물죄라고도 부른다. 반면, 삼자뇌물은 구조가 다르다. ㄴ이 청탁은 ㄱ에게 하고, 금품은 ㄷ에게 건넨 경우 해당한다. 가령 ㄴ의 건축허가 청탁을 받은 ㄱ이 “우리 동네 양로원(ㄷ)에 5천만원을 기부하면 선처하겠다”고 요구만 해도 삼자뇌물죄가 된다.

‘돈은 ㄷ에게 줬는데 왜 ㄱ을 처벌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공무원이 가족, 측근, 친지, 부하 직원 등 ‘삼자’를 통해 금품을 받는 것이 삼자뇌물이라고 오해한 결과다. 이처럼 ㄱ과 동일시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ㄴ의 금품을 받았다면 간단하게 직접뇌물이 된다. 삼자뇌물죄는 돈을 받은 삼자가 공무원에게 1원 한푼 건네지 않아도, 심지어 그 돈이 좋은 일에 쓰였어도 성립에 지장이 없다.

대표적 사례가 있다.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 결합 심사 때 선처해 달라는 에스케이(SK)텔레콤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신,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 2006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가 사찰에서 받은 돈은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케이(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출연토록 하고 면세사업자 선정 청탁을 들어준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개인이 챙긴 돈은 없지만 유죄로 결론 났다.

삼자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돈이 갔느냐가 아니라 청탁 대가성이 입증되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한푼도 개인적으로 받지 않았는데 왜 수사를 하느냐’는 항의는 성립하지 않는다. 삼자뇌물의 개념을 잘못 파악했거나 알면서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그런 주장을 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희철 논설위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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