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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버릇없고 친절한 ‘휘클리’ 100호를 맞아

등록 2023-03-08 18:33수정 2023-03-09 02:39

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h_weekly)’
한겨레 주간 뉴스레터 ‘휘클리(h_weekly)’

[편집국에서] 박현철 | 콘텐츠기획부장

휘클리(HWEEKLY)는 <한겨레> 콘텐츠기획팀이 매주 목요일 정오에 발송하는 뉴스레터입니다. 한겨레(Hankyoreh, 언제나 이 알파벳 표기는 너무 어렵습니다)가 만드는 주간(weekly) 레터란 뜻이죠. ‘일주일에 한번, 펄럭이는 종이신문도, 포털의 알고리즘도 부담일 때 보는 10분짜리 시사 뉴스레터’. 이런 포부를 담아 2021년 1월21일 첫 레터를 발송했습니다.

그 휘클리가 오늘(9일) 100번째 레터를 발송합니다. 2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습니다. 400명 안팎의 ‘시드(seed) 독자’로 시작해 지금은 구독자 1만5천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름휴가와 공휴일인 목요일, 추석이나 설 연휴를 제외하면 쉼 없이 달려온 결과입니다. 2021년 가을, 뉴스레터 제작 인력이 부족해 한달 넘게 일간 뉴스레터 H:730을 휴간했을 때도 휘클리는 몸집을 줄여가면서 계속 발행했거든요. 왜 휘클리였을까요? 당시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일주일에 한번이라, 휴간해버리면 영영 구독자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한겨레 정치부에서 일하는 엄지원 기자와 사회정책부 권지담 기자가 휘클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입니다. ‘뉴스레터를 만들라’는 명확하면서도 불명확한 과제가 주어졌고, H:730과 휘클리가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이었습니다. 사실 H:730은 ‘틀’만 만들어놓으면 이후엔 한겨레 구성원 전체가 끌고 가는 방식이었습니다. 하루하루 한겨레가 생산하는 콘텐츠(기사)들이 레터의 내용이었거든요.

휘클리는 달랐습니다. 어떤 주제와 소재를 어떤 형식으로 전달할지 매주 판단하고 선택하고 제작하는 부담을 두명의 뉴스레터 운영자가 져야 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뉴스레터이기에 그 형식은 이전과 달라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휘클리의 존재 이유는 ‘구독자’였습니다. 우리가 어떤 뉴스레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뒤로 밀렸습니다. ‘어떤 구독자가 우리 뉴스레터를 볼 것인가’ ‘그들은 뉴스레터를 통해 어떤 만족을 느낄 것인가’가 먼저였습니다.

고민 끝에 나온 두개의 키워드는 ‘반말’과 ‘물어본다’였습니다. 여러 이유로 뉴스 보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 그중에서도 203040 또래(그렇습니다. 엄·권 두 기자는 그 또래입니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자, 고 방향을 잡았죠. 그래서 선택한 게 반말입니다. 친구에게 말하듯이, 동생에게 알려주듯이 뉴스를 읽어주는 것이죠. 그새 많이 늘었지만 2년 전 휘클리를 준비할 땐 휘클리처럼 반말을 일삼는 뉴스레터가 많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용어들의 등장, ‘이 정도는 알겠지’ 하는 짐작, 흩어진 사실들의 나열, ‘이건 반드시 독자들이 알아야 돼’ 하는 공급자 마인드로, 반말로 읽어주는 뉴스레터를 채울 순 없었습니다. 사실과 용어를 설명하고, 그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어려운 말들을 또 설명해야 했습니다. 좀 길어지더라도 말이죠. ‘우리 독자들이 이 이슈의 어떤 대목을 궁금해할까’ 하는 생각 끝에, 아예 기사를 쓴 기자를 불러내 물어보자는 결론에 다다랐죠.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줄거리+인터뷰로 구성된 ‘물어본다’ 코너입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저희 의도와 독자의 만족도가 일치하진 않는 듯합니다. “젊은 척하려고 애쓰는 꼰대 같아요.” “반말하지 마세요.” “앞뒤로 떠드는 게 길어요.” “아이템은 좋은데 깊이가 없어 보임.”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반말로 일관하는 게 쿨하다고 생각하나요?” 지금은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엔 깊은 ‘마(음의)상(처)’을 남긴 반응들도 많았습니다.

그동안 느꼈던 이런 감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오늘 정오에 보내는 100호 휘클리에 담았습니다, 라고 하면 재미없겠죠. 휘클리를 그렇게 밋밋한 뉴스레터로 보셨다면, 얼른 검색창에 ‘휘클리’를 입력하고 구독신청을 해보세요. 이곳에서 바로 하실 수도 있습니다. 살짝 알려드린다면, 휘클리 100호의 주제는 ‘휘클러 탐구’입니다.(휘클러는 휘클리 구독자들을 부르는 말입니다.) 오전 중에 신청하시면 알록달록한 휘클리 100호를 받아보실 수 있고요. 다음주부터, 자나 깨나 독자만 생각하면서 독자의 말을 듣고 고치고, 듣고 고치고를 무한반복하는 뉴스레터 휘클리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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