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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합성살충제의 위험성 고발한 <침묵의 봄>으로 세상과 맞서다

등록 2023-04-13 18:23수정 2023-04-14 02:37

1907~1964

[나는 역사다]  레이철 카슨 | 김태권 만화가

작가가 되고 싶었다. 과학자도 되고 싶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동물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연방 어류야생동물청에서 일하며 틈틈이 글과 책을 썼다. 1941년 나온 첫 책은 실패했다. 1951년 두번째 책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베스트셀러가 됐고, 카슨은 이듬해 공무원을 그만뒀다. 45살에 전업 작가의 꿈을 이룬 것이다. 1955년 북아메리카 바닷가의 자연사를 다룬 세번째 책 <바다의 가장자리> 역시 성공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1950년대 후반부터 살충제 문제를 파고든다. 찬반이 엇갈리는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카슨은 진영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사실들이 스스로 말하게 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고 편지에 썼다. 암 판정을 받고도 집필에 전념해 1962년 네번째 책 <침묵의 봄>을 완성했다. 합성살충제 때문에 새가 죽어 봄이 와도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침묵의 봄>은 20세기를 바꾼 책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요즘 사람인 나는 왜 그런지 몰랐다. 살충제 디디티(DDT)가 벌레뿐 아니라 인간 등 다른 동물에게도 해롭다는 사실은 오늘날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60년대에 카슨의 주장은 상식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디디티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병을 옮기는 빈대와 모기를 없애주는, 인간에게 무해하고 고마운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디디티를 실용화한 화학자 파울 뮐러는 1948년 노벨상을 받았다. 살충제의 안전성을 정부가 아니라 당사자인 화학회사가 검사하던 시절이었다. 카슨은 살충제 기업을 비판한다는 이유로 “공산주의에 동조하는 작가”로 매도되기도 했고, “누구라도 새나 동물 없이는 살 수 있지만 기업 없이는 살 수 없다”고 항의하는 독자도 있었다.

2012년 카슨 전기를 낸 윌리엄 사우더는 미국에서도 카슨은 “쉰살이 안 된 미국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침묵의 봄>은 당시의 상식을 바꾼 책이다. “미국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놓을 거대한 사회 운동의 초석.” 카슨의 평전을 쓴 린다 리어의 말이다. 레이철 카슨은 책 출간 2년 뒤인 1964년 4월14일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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