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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새 총리 인선을 위한 발상의 전환/장정수

등록 2006-03-19 17:48수정 2006-03-20 09:19

장정수 논설위원
장정수 논설위원
아침햇발
새 총리의 인선문제는 이해찬 총리의 퇴진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는 의례적인 인사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이 총리의 급작스런 낙마로 초래된 위기를 수습할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반면에 어처구니없는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깊은 정치적 수렁으로 빠져 들어갈 위험성도 적지 않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할 때 노 대통령은 총리 인선에 앞서 이 총리의 중도하차 원인과 배경을 냉정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해답이 쉽게 나오는 법이다. 이 총리의 골프 파동은 노무현 정권이 직면한 위기의 근원이 정권 핵심인사들의 둔감하고 독선적인 현실인식에 있음을 시사하는 사건이다.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총리가 노동자의 파업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던 날에 만사를 제치고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차라리 한편의 서글픈 코미디였다. 정치는 이성이 아닌 감성적 변수로 말미암아 좌우된다. 대부분 골프에 소외감을 느끼는 서민들의 시선에 아랑곳않았던 이 총리의 처신은 국민에게 참여정부의 상징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골프광이었던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도 자신의 골프장 나들이는 철저히 비밀에 부칠 정도로 국민을 두려워했다.

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도입했던 이른바 ‘분권형 국정운영’도 이 총리 파문의 간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어 행사하는 이 시스템은 애초 취지와는 달리 선출되지 않는 임명직 총리가 독주할 경우 그 견제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노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하려면 새로운 인적 자원 수혈이 시급하다. 새 총리 인선은 이런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거 김대중·김영삼 두 김씨가 이끄는 정통 야당세력은 1987년 대선을 계기로 분열한 결과 대선에서 패배해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웠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재야출신들의 영입을 통해 몇달 뒤 13대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서 재기했다. 민주인사들의 영입을 통해 정치적 에너지를 재충전한 결과였다. 이 총리도 그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그 뒤 민주진영의 정치 주도권 장악도 정치권에 진출한 민주화 세력의 개혁 의제와 실천 역량에 힘입은 바 컸다.

현재 참여정부의 무기력은 개혁의 에너지가 소진된 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들이 지지도 면에서 극히 부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과 비전을 갖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노 대통령은 총리 인선과 관련해 시민사회 부문으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기존 정당이 국정 개혁 능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시민사회 부문이야말로 강력한 사회개혁의 대안세력으로 떠올랐다. 현재 민주세력의 역량 부재를 자성하고 각종 두뇌집단 설립 등을 통해 정책수립 능력의 강화 등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는 집단 역시 시민사회 부문이다.

하지만 현재 노 정권과 시민사회 부문의 관계는 최악의 국면에 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노 대통령이 대선 때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환경 등의 분야에서 반개혁 정책을 강행한 데서 주로 기인한다. 앞으로 정당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고 시민사회 부문의 비중이 강화되는 추세는 세계사적인 흐름이다. 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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