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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FTA기고] ‘나프타-멕시코’ 의 사례에서 배운다

등록 2006-03-21 18:20

[‘한-미 FTA’ 연속 기고] 6. 나프타의 교훈

본격적인 협상 시작이 선언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많은 논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논쟁의 요체는 한국보다 경쟁력이 뛰어난 경제대국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한국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지 여부다. 또한 자유무역을 통해 한국이 양보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닌지, 혹은 시장통합이 가져올 폐해는 없는지 사회 각 분야에서 우려가 상당하다.

문남권/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대우교수
문남권/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대우교수
한국에 앞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가 바로 멕시코다. 멕시코는 1994년 1월1일 출범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13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한국과 멕시코의 정치·경제적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나프타에서의 멕시코 사례를 통해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주는 장단점 분석은 가능할 것이다.

미국과 경제통합을 추진할 당시 멕시코 경제는 이전 50년 동안 추구해 오던 발전모델을 수출 중심의 대외지향적 모델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다. 1990년대 초반 시장중심의 모델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핵심 정책 도구로서 미국과의 경제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물론 당시 멕시코에서도 현재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한국보다 좌파 성향의 정당 및 지식인이 주도적인 사회였음에도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체제가 출범한 이유는 이전 경제모델의 실패가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멕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할 당시의 경제적 여건은 이처럼 상당히 다르다. 그렇지만 추구하는 목적은 같다. 수출확대와 투자유치 증대, 그리고 이에 따른 새로운 성장 동력의 회복과 지속적 경제성장이다. 모든 자유무역협정은 기본적으로 같은 논리에 의존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협정이 다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어떤 여건에서 출발하며 어떻게 제도적 형태를 갖추느냐다.

결론적으로 보면,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외형 면에서 제법 성공을 거두었다. 대외경제 지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멕시코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도 높아졌다. 경제성장률을 보면 출범 후 10년 동안 연평균 2.7%, 초기 6년간은 4%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했다. 여러 연구결과들은 멕시코가 나프타로 4~4.5%의 추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제조업 생산성이 크게 증가하여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효과도 있었다. 이런 결과들은 모두 대미 수출증가와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프타 발효 초기 멕시코의 대미 수출증가는 연 18%를 웃돌며 2000년 이후에는 캐나다와 일본을 제치고 미국의 제1 교역 상대국이 되기도 하였다. 연 200억달러씩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도 멕시코의 산업성장과 자본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이러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멕시코의 성과는 미국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에 저렴한 노동력이 더해져 미국기업 및 유럽과 아시아의 자본들이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의 경우 미국과의 자유무역이 관세인하에 따라 자동차·전자·섬유 등 일부 산업에서 수출 증대를 가져오겠지만 멕시코와 같은 놀라운 증가세를 기록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의 경우에도 2001년 이후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였고, 최근에는 중국의 값싼 물품 공세에 대미 제1 교역국의 지위를 넘긴 상태다.

미국과의 시장 통합은 멕시코 경제에 극복해야 할 과제도 남겨놓았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경제 양극화 현상이다. 양극화는 계층, 지역, 산업간에 걸쳐 나타났다. 애초 기대와는 달리 고용창출이 미미했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산업화는 진전되었지만 농업부문이 쇠퇴하여 실업이 증가했고, 새로이 확장된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는 이를 소화하지 못했다. 수출 관련 기업이 존재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임금격차가 확대되었고 경제 전반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 나프타는 이제 관세인하 종반기에 접어들었다. 마지막까지 보호를 받던 농업부문의 추가 관세인하 때는 추가적인 고용피해가 우려된다.


멕시코의 사례가 보여주듯 자유무역협정은 분명 장단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면을 우려해서 무작정 피할 수만도 없다. 국제경제학자 볼드윈은 자유무역협정을 ‘도미노 게임’으로 표현한 바 있다. 시장통합에서 소외되는 국가가 받게 되는 불이익 때문에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국제경제 현상이라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은 주고받는 협상의 산물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어떤 제도적 통합체를 만드느냐다. 멕시코가 나프타에서 석유와 전기를, 한국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에서 쌀과 사과와 배를 예외 품목으로 만들었듯이, 효율적 협상을 통해 한국 경제에 가장 유리한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끝>

문남권/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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