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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이란의 또다른 핵무기/장정수

등록 2006-03-23 18:38

유레카
이란이 추진 중인 이란석유거래소(IOB)는 미국에 핵무기 못잖게 위협적인 존재다. 이 거래소는 원유가격을 미국 달러가 아닌 유로로 표시하고 대금결제도 유로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시선이 집중되는 까닭은 세계 4위 산유국인 이란이 원유거래 결제통화를 유로로 교체할 경우 그 파장이 세계 경제의 뼈대를 뒤흔들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우선 세계 기축통화라는 달러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달러의 금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 종잇조각에 불과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및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는 원유와 달러의 연계체계 구축으로 가능했다. 미국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의 ‘왕복 외교’를 통해 원유거래의 결제통화를 달러로 일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세계 기축통화 위치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란석유거래소가 성공한다면 유로를 통한 원유거래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달러의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지만 달러의 몰락은 미국의 세계지배가 끝나감을 의미한다. 대공황이 세계를 엄습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정면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이란 공격설은 여기서 출발한다는 얘기가 있다.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달러 방위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사담 후세인이 2000년 11월 이라크산 원유의 대금결제를 유로로 바꾼 데 따른 보복이었다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후세인 축출 이후 원유 결제 통화는 달러로 복귀했다.

이란은 지난 20일 예정됐던 거래소의 개장을 일단 무기연기했다. 이란 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결정과 맞물려 긴박하게 돌아가던 또하나의 핵폭탄 시계가 일단 멈춘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보이지 않는 석유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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