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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황제 테니스/정의길

등록 2006-03-26 17:31

유레카
19세기 중반 영국에서 현대 스포츠로 정착한 테니스는 영어권 상류계급을 중심으로 급속히 전파됐다. 한국에서야 골프가 귀족 스포츠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테니스가 그렇다. 테니스클럽은 상류계급의 배타적 사교장이기도 하다. 이런 테니스의 성격은 그 모태인 ‘리얼 테니스’에서 유래한다.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리얼 테니스는 실내에서만 경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현대 테니스와 비슷하다. 현대 테니스는 리얼 테니스와 구분해 ‘론 테니스’라고 한다.

리얼 테니스는 통칭 로열 테니스라고 불린다. 굳이 번역하자면, 최근 이명박 시장의 테니스 추문을 가리키는 ‘황제 테니스’가 되겠다. 유럽 왕족과 귀족들이 즐기던 게임이어서, 그런 명칭이 유래된 듯하다. 17세기 들어 프랑스 파리에서만 1800개 코트가 있었다고 파리 주재 베네치아 대사가 보고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셰익스피어도 <헨리 5세>에서 이 게임을 언급했다. 영화 <천일의 앤> 주인공의 실제 인물이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인 앤 불린은 로열 테니스를 관전하다가 체포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로열 테니스 광인 헨리 8세 역시 앤을 처형시키는 동안 이 게임을 즐겼다.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전야 왕실이 국민회의를 폐쇄하자, 자유주의 귀족과 평민의원들이 테니스 코트에 모여 헌법 제정 등을 다짐해 프랑스혁명의 시발이 됐다. 유명한 ‘테니스 코트의 선서’다.

로열 테니스는 프랑스혁명과 함께 몰락한다. 이를 즐기던 특권계급이 혁명과 함께 몰락했기 때문이다. 이 로열 테니스가 요즘 서울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일반인이 접근 못하는 배타적인 테니스클럽을 통해, 테니스 코트를 독점하며 선수 출신들과 즐긴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는 명실상부한 로열 테니스의 부활이 아닐 수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로열 테니스 협회는 이 시장에게 상을 줄 일이다.

정의길 국제팀장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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