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키 큰 사람은 작은 사람보다 대체로 체중도 더 나가듯이,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쪽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경향이 있을 때 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어떤 변수가 원인이고 결과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때로는 다른 원인 때문에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또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살인사건 발생률이 높은 도시에는 경찰 수도 대체로 많다고 한다. 〈프리코노믹스〉란 책에는 한 예가 나온다. “미국 덴버와 워싱턴디시의 인구는 거의 같다. 워싱턴에는 덴버에 견주어 세배에 가까운 경찰이 근무하고, 살인 발생률은 8배나 높다. 이 수치만 보고, 누군가가 워싱턴의 남아도는 경찰이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제멋대로 해석하는 행태는 제멋대로 대응을 유발한다.” 저자는 극단적 가정을 든다. “한 독재자가 의사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는 질병 발생률 역시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질병을 없애기 위해 의사를 모두 처형하라고 지시했다.” 무고한 의사만 죽고 의료 환경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인다면, 사족일 뿐이다.
부동산 대책과 집값 진단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비쳐진다. 정부는 10·29 대책, 8·31 대책에 이어, 또한번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크고작은 관련 대책에다 세무조사, 검찰의 기획수사까지 포함하면, 참여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부쩍 잦아졌다. 경찰 수와 범죄 발생률 사이의 관계처럼, 부동산 대책 빈도와 집값 흐름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만약 부동산 대책이 많이 나온 탓에 집값이 더 올랐다고 진단한다면 어떤 정책이 유효할까. 두말 할 것도 없이 대책을 없애야 한다. 부동산 대책 뒤에도 집값이 더 오르자, 이걸 보고 일부 보수 언론은 부동산 대책 ‘남발’ 탓에 집값이 더 올랐다고 질타하곤 한다. 참일까, 거짓일까?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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