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환 경영학 박사·토지연구가
기고
지난 22일치 <한겨레>의 지대시장제(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 관련기사를 보고, 환영하며 이에 의견을 낸다. 기사는 싱가포르, 스톡홀름, 헬싱키, 캔버라 등 외국의 주요 도시가 이 방식을 적용하여 성공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덧붙이면 중국도 포함된다.
그런데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이 성공하려면 이 제도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 토지의 저가임대(또는 장기 고정임대료) 문제다. 싱가포르는 아파트를 지어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은 분양하면서 임대료를 저가로 책정하였다. 이게 우선 보기는 좋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된다. 임대료가 시장가치보다 낮아서 사유된 건물에 지대 프리미엄이 붙는다. 또 정부는 재정부담이 커진다.
지금 싱가포르는 이 문제로 고민이다. 건물 소유자가 임의로 거래도 못한다. 의무거주 기간을 지켜야 하므로 이사도 어렵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건물가격에서 큰 시세차익이 나고 투기가 발생하니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정부의 저가임대는 장기적으로는 재정결핍 때문에 주택공급을 위축시킨다. 여기에 소득상승으로 우량주택은 수요가 늘지만 공급이 따르지 못하여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1990년대 중반에 부득이 우리나라처럼 10~25%의 양도소득세를 도입하였다.
중국도 낮은 임대료에 70~80년 장기로 가격이 거의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건물 시세차익과 부동산 투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영임대도 마찬가지다. 임대료가 너무 낮고, 땅은 개인에게 소유권까지 넘겨주기 때문에 매매차익과 투기가 생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토지의 시장가치 전액을 임대료로 징수하는 완전 시장제라야 풀린다. 비교적 친숙한 단어인 ‘토지임대제’라는 용어를 두고 굳이 ‘지대시장제’라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지대시장제는 임대료를 매년 시장가치대로 징수하는 것이다. 임대료는 임금처럼 경제성장률을 따라 커지는 게 원칙이다. 이것을 분양 당시 계약조건으로 넣어야 한다. 곧 토지임대료는 시장가격에 준하며(90~100% 선으로 하고) 100%를 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엄격하게 정하고 지키는 것이다. 시장 임대료의 90%만 징수해도 이 제도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건물에 땅값 자체가 소멸하거나 거의 붙지 않는다. 간혹 지대의 저평가로 건물에 웃돈이 붙을 수 있지만, 이것은 소액이고 일시적 현상이기 때문에 지금의 땅값이 일으키는 문제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단, 여기서 서민의 주택 문제는 정부가 별도의 주거비를 보조하면 된다.
지금의 공영임대 주택은 저가공급으로 인한 투기 문제, 재정결핍과 주택공급의 곤란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상존한다. 그러나 지대시장제로 하면 임대료 수입이 시장가치에 준하고, 이 값은 경제성장에 동반하기 때문에 원칙상 투기와 재정결손이 있을 수 없다. 시행 초기에 재정부담이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이 문제는 개발로 인한 가치 상승 효과와 지대 수입의 지속적 증대 효과로 지대시장 자체가 저절로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
지대시장제 아래서는 시가의 반값(이론적으로 전세가치) 정도로 내 집을 소유하고, 땅도 내 땅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의 땅값시장제에 비하여 주거비는 영구 반값, 여기에 세금까지 없다. 부동산 문제의 근본 해법이며, 시장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줄 지대시장제가 반드시 시행되기를 바란다. 새 행정도시가 이 제도를 실험하기에 좋고, 환경문제만 없다면 지금 추진 중인 서울 송파지구도 최적지다.
이대환/경영학 박사·토지연구가
이대환/경영학 박사·토지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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