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세금 인상을 통해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정치 지도자로서는 유혹을 느낄 만하다. 문제는 증세 대상을 과연 고소득층에 한정시킬 수 있느냐와 증세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증세가 결국은 소득이 100% 노출되는 봉급생활자의 호주머니를 주된 대상으로 삼게 된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봉급 생활자 전반에 파급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증세는 집권세력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증세가 사회복지 강화에 필요한 재정의 확대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유효한 수단이다. 그러나 양극화는 구조적 경제 변화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세제 개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심화하기 시작한 사회 양극화는 제조업 성장을 통한 고용 창출에 입각한 한국형 성장모델의 파국에서 비롯됐다. 국제통화기금이 제시한 처방전은 한국의 금융시장을 거의 통째로 외국자본에 내주는 결과를 불렀다. 한국 경제는 단기적인 순익의 극대화와 주가의 상승을 최우선시하는 이른바 앵글로색슨(영미식) 자본주의 속으로 편입됐다. 이런 자본주의가 번창하는 나라에서는 예외 없이 제조업이 몰락했다.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 공동화가 단적인 사례다. 한국 경제가 호황 국면에 들어가도 사회 양극화는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양극화 문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외국 자본의 금융기관 장악, 제조업 기반의 붕괴 등 핵심 현안들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식을 요구한다. 사회 양극화 문제를 증세라는 수단으로만 풀려고 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는 캐나다 보수당의 예를 되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1993년 총선 당시 집권당이었던 보수당은 2년 전 강행한 부가가치세 도입에 따른 지지층의 대거 이탈로 169석의 거대 여당에서 2석의 초미니 야당으로 전락했다. 이 당은 지난 1월 권력을 되찾기까지 13년 동안 야당으로 지내야 했다.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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