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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경제전망대] ‘금관복합체’의 위협 / 박종현

등록 2006-04-04 19:57수정 2006-04-06 00:27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경제전망대
‘군-산 복합체’가 미국의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되리라는 경고가 오래전에 있었다. 참모총장 출신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발언의 당사자라는 점에서 그 충격은 컸다. 얼마 전에는 컬럼비아 대학의 바그와티 교수가 ‘월가-재무부 복합체’ 문제를 제기했다. 월가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미국 재무부의 고위관료가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금융자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제 금융시장과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 댄 브리오디도 대표적인 사모펀드인 칼라일의 성장과정을 추적한 <철의 삼각형>을 통해 월가-군수산업-백악관의 유착을 고발한 바 있다.

새로운 복합체가 작동하려면 국제통화기금과 같은 ‘중립적인’ 국제기구는 물론, 현지인들, 특히 경제관료, 정책 결정자, 금융산업 임원 및 법률 전문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경영대학원 학위를 갖추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동포 출신 사업가도 중요한 연결고리의 하나다. 이제 월가-재무부 복합체는 현지인을 끌어들여 외환위기에 빠졌거나 유동성 위기에 놓인 국가나 기업을 가능한 한 헐값에 사서 사태가 호전된 뒤 비싸게 되파는 활동에 나선다. 부족한 달러를 제공하고, 부실기업을 회생시켜 주며, 선진 금융기법까지도 전수해 준다는 명분과 함께.

2003년 재경부와 금감위 등 경제관료들이 부실을 과장한 뒤 ‘은행법’의 예외규정을 교묘히 활용해 외환은행을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에 넘겨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외환은행의 잠재부실이 심각한 상황에서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했지만,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어 론스타로의 매각이 불가피했다고 반박한다. 굴지의 은행이 파산하고 금융시장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엄청난 불확실성에 맞서 내려진 결정을 사태가 호전된 현재의 관점에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직 부총리들이 론스타의 자문법률회사 및 회계법인의 고문을 맡고 있었다는 점, 매각과정에서 정치권 및 관료들과 교분이 두터운 금융브로커가 개입했다는 점, 매각과정을 주도한 고위관료가 퇴직 후 사모펀드를 직접 차렸다는 점들을 볼 때, 이들의 결정을 우국충정의 산물로만 보기는 어렵다.

이번 사태의 ‘진실’은 검찰수사를 통해 확인이 되겠지만, 우선은 ‘금-관 복합체’라는 새로운 정경유착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과거에는 최고권력자를 정점으로 한 이권 제공 및 정치자금 조성이 사회의 에너지를 소진했다면, 이제는 금융자본과 경제관료 사이의 그물망이 생산적 활동과 동반성장을 향한 우리 사회의 노력들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근본, 금융지상주의라는 이념으로 무장한 경제관료들이 퇴임 후 금융자본으로부터 막대한 보수를 챙길 수 있고 심지어 금융시장의 ‘플레이어’로 직접 참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는 제대로 된 감독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현재 간접투자 활성화, 퇴직연금 도입, 금융허브 육성을 통해 국민들의 저축을 금융자본의 손에 맡기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실험이 수익성만을 내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되면 고용불안, 국부유출, 빈부격차 확대, 중소기업 및 지역금융 위축과 함께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정책 결정자들을 금융자본보다는 국민경제의 이익을 앞세우고 우리의 미래가 걸린 이 실험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책임있는 주체로 바로세우는 첫걸음은, 이들이 금융자본과 한통속이 될 수 없도록 방비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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