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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요한 바오로 2세 / 김종철

등록 2006-04-04 21:14수정 2006-04-04 21:16

유레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1주기를 맞아 바티칸 일대에는 순례자 50만명이 몰리는 등 추모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가톨릭교도, 비교도를 가리지 않고 재직 때 그만큼 존경과 사랑을 받은 교황도 없었다.

1978년 10월 교황이 된 이후, 피임과 낙태에 반대하는 등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라크 전쟁 반대 등 줄곧 인류 평화와 화해를 일관되게 역설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을 암살하려 한 사람을 용서하고 나아가 그 가족까지 사랑으로 감쌌다. 또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오에 대한 박해와 십자군의 콘스탄티노플 침입, 아스텍 문명 파괴 등 과거 신과 교회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던 많은 일들을 정식으로 사죄했다. 1984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는 광주 5·18 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학창 시절 연극배우와 희곡작가,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그는 교황이 된 뒤에도 문학과 스포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그가 쓴 시는 조국 폴란드에서 대중음악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누렸고, 자전적 에세이 〈희망의 문턱을 넘어서〉(1994년)는 미국에서만 160만부가 팔렸다. 카누와 스키를 즐겼으며, 스페인의 ‘에페세(FC) 바르셀로나’ 명예선수에 위촉될 정도로 열렬한 축구팬이었다.

지난해 4월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 때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수만의 신자들은 “산토 수비토!”(지금 성인을!)를 외쳤다. 교황청은 이런 ‘성화’에 못이겨 그가 선종한 지 두 달 만인 지난해 6월에 시복 시성 절차에 들어갔다. 보통 사후 5년이 지난 뒤에야 시작하는 가톨릭의 관례를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프랑스 수녀가 요한 바오로 2세에게 기도를 한 뒤 깨끗이 나았다는 기적이 올해 초 교황청에 보고됐다. 이 내용이 확인되면 시복이 이뤄진다. 인간적인 모습의 성인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김종철 논설위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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