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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다빈치 코드’와 박근혜의 코드 / 장정수

등록 2006-04-06 21:30수정 2006-04-06 22:53

유레카
‘다빈치 코드’와 박근혜의 코드

보수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다음달 개봉될 예정인 <다빈치 코드> 상영을 막는 데 발 벗고 나섰다. 곧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예수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결혼했다는 등의 내용이 기독교의 신앙을 모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가세했다. 국회 차원의 저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작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예수 결혼설은 허구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허구와 사실이 복잡하게 혼재돼 있어 독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독교 신앙의 토대는 부활, 구원, 사랑, 믿음, 희망 등에 있는 게 아닐까. 마구간이라는 낮은 곳에서 인간으로 태어난 예수가 보통 인간처럼 결혼했다고 해서 예수의 성스러움이 손상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책의 진가는 마리아 막달레나라는 여인을 통해 지난 2천여년 지속된 기독교내의 여성차별 문제를 되돌아보게 하는 점에 있는지도 모른다. 나사렛이라는 중동의 한 두메에서 일어난 기독교는 로마로 건너가서 남성의 종교로 변했다. 6세기께 그레고리우스 황제 때 집중적으로 유포된 막달레나 창녀설은 기독교의 남성 지배를 위한 도구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교회내 성차별 구조는 이렇게 고착화했다.

다빈치 코드에 대한 폭발적 반응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재조명과 성차별 해소라는 역사적 흐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여권 신장은 두드러진다. 여성계의 숙원이었던 호적법이 개정됐다. 제한된 영역이기는 하지만 각종 전문직 분야에서 여성 진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등장을 비롯해 한명숙 총리 후보 지명,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점에서 박 대표의 다빈치 코드 반대는 일종의 역류다. 그는 이 영화를 <그때 그 사람들>로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장정수 논설위원 jsj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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