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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참여정부의 노동탄압 / 노중기

등록 2006-04-06 21:53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기고
지난달 29일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는 한국 정부에 공무원과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행위를 중지하고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문을 채택하였다. 프랑스에서 공무원 노동자들이 비정규노동 확대 법안에 반대해서 파업하던 바로 그 시간이었다. 한국 정부는 노동탄압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이번 국제노동기구 권고문의 강도는 그 중 가장 강력한 것이다.

내용은 단순하나 단호하다. 공무원노조 결성과 활동의 기본 자유, 간단히 노동삼권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6급 이하로 국한된 단결권 제한을 풀고 모든 공무원 노동자의 자주적인 단결권을 보장할 것, 소방관 등 기타 업무 성격에 따른 단결권 제한을 풀 것, 파업권·쟁의권을 보장할 것, 공무원과 노동자 탄압을 중지하고 노조 활동에 정부가 개입하지 말 것 등으로 요약된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는 선진국에서도 공무원의 노동권을 제약하므로 현행 공무원노조법은 정당하다고 선전해 왔다. 공무원에게는 쟁의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해도 된다는 허위였다. 그리고 그 여론몰이를 기반으로 전국공무원노조 소속의 수백 명 공무원을 구속·해고·파면하고 수천 명을 중징계한 바 있다. ‘공직사회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을 요구하다 해직된 많은 공무원과 그 가족은 지금도 밤잠을 못 자고 고통받고 있다.

더욱 놀랄 일은 정부가 지금 이 시간에도 공무원노조 탄압에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행정자치부는 전국의 각 시·군·구에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 추진지침’이란 해괴한 문건을 배포하고 공무원노조 해체를 기도하고 있다. 그 내용인즉, 갖가지 행정·재정적 불이익 조처를 앞세워 지방자치단체를 압박하고 가족과 ‘설득 전담반’까지 동원하여 노조 탈퇴를 강요하는 것이다. 20년 전에 군사독재 정권이 당시 민주노조에 대해서 행하던 인권 탄압, 노조 억압의 바로 그 수법이다.

현행법을 거부한 공무원노조는 불법조직이 아니다. 단지 법외노조일 뿐이다. 법외노조라고 해서 탈퇴를 강요하고, 조직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몰 근거는 없다. 거꾸로 이는 현행법상 ‘노조활동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로 정부의 부당 노동행위이며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 침해 행위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한다며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14만 명이 가입한 전국공무원노조가 이 법률을 거부하자 다급해졌다. 공무원들이 ‘보호법률’로 보호받기를 거부하는 희극이 벌어지자 정부는 다시 저급한 탄압조처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태우 정권이 전교조에 대해 꼭 같은 인권탄압을 저질렀을 때 국회에서 이를 규탄하던 이가 바로 현 대통령과 전임 국무총리였다.

사실 금번의 세계적 망신은 예견된 일이었다. 2004년 90만 공무원들의 절규와 민주적 시민사회, 양심적 학자들의 간곡한 호소를 외면할 때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또 작년에 인권의 보루, 국가인권위원회의 충언에도 요지부동이었던 정부가 자초한 일이었다.

결국 민주정권을 자처하는 ‘참여정부’의 반민주성, 반노동자성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제라도 정부는 국제사회의 준엄한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즉각 법을 개정하고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만 할 것이다.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하늘을 어찌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겠는가?


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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