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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로메협약 / 김병수

등록 2006-04-12 21:45

유레카
현재 세계 무역질서를 관통하는 흐름은 자유화와 상호주의다. 다자협상인 도하라운드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선진국들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도하라운드 협상은 세부원칙(모델러티) 마련 시한(4월 말)이 다가오는데도 교착 상태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견해차도 있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배려 부족 탓이 크다. 2001년 도하개발의제(DDA) 선언은 ‘엄격하지 않은 비대칭적 상호주의’와 ‘개도국에 대한 특별하고 다른 대우’를 내세웠지만, 실제 흐름은 많이 벗어나 있다. 카말 나스 인도 통상 장관은 “통상에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떤 협상도 성공적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30여년 전에는 그래도 따뜻했다. 1975년 유럽 9개국은 아프리카 토고의 수도 로메에서 아프리카·카리브해·태평양 연안(ACP) 46개국과 ‘로메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유럽국들은 아·카·태 나라들이 생산하는 대다수 농·공산품에 수입관세 면세라는 무역특혜를 줬을 뿐만 아니라, 기술 협력, 유럽개발기금과 유럽투자은행을 통한 원조 등 다양한 지원을 다짐했다. 협약은 2000년까지 24년 동안 이어졌다. 로메협약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가난한 나라 특별 대우였다. 아·카·태 나라들이 과거 유럽 식민지였다는 특별한 관계가 있지만, 바탕에는 상호주의가 아니라 격차를 인정하고 동반해 발전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로메협약 같은 약자의 배려나 동반자 의식은, 나라 사이에는 물론 한 나라 안에서도 도도한 무역자유화 물결에 떠밀려만 간다.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농민의 가슴은 이미 숯덩이가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되면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상처받을 이들이 더욱 늘어날 테지만, 신자유주의적 무역 조류에 젖은 이들의 눈에는 한낱 작은 진통으로만 비칠 뿐인가.

김병수 논설위원 byung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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