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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옛 것은 가고 새것은 온다 / 성한용

등록 2006-04-13 19:55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아침햇발
13일 아침 8시30분 국회 246호실에서 한나라당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다. 공천헌금 수수 의혹 때문이다. 김덕룡 의원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를 배웅했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정계에 투신해, 평생 ‘개혁’을 내세웠던 김 의원이었다. 그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후견인 노릇을 자임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조차 “천하의 김덕룡이 그렇게 비참하게 가다니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그는 7월 전당대회에서 ‘관리형 대표’를 노리고 있었다. 한나라당 차기 대표는 박근혜·이명박·손학규 세 대선주자의 공정한 경쟁을 관리하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김 의원으로서는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이기도 했다. 그의 갑작스런 퇴장으로 한나라당의 내부 질서도 흔들리게 됐다.

박성범 의원은 “의혹을 명쾌히 규명한 뒤 다시 돌아오겠다”면서도, “당 지도부는 정치적, 법적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원망을 퍼붓고 회의장을 나갔다. 박 의원은 서울시당 위원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박 의원보다는, 그의 부인 신은경 전 아나운서의 갸름한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검찰 수사로 두 사람이 의혹을 어느 정도 벗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정치적 재기는 어려울 듯싶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두 사람 모두 이제 ‘구세대’라는 점이다. 자연인으로서 나이가 많기도 하다. 김 의원은 예순다섯, 박 의원은 예순여섯이다.

하지만 ‘행태’와 ‘문화’가 더 문제다. 2004년 총선을 계기로 ‘돈 선거’는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아직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두 의원은 이런저런 사정을 설명하고 있지만 구차하다. 돈을 준 사람들을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옳았다. 두 사람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래서 낙오자가 됐다. 억울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두 사람이 물러나던 날, 국회 기자실에는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출마 선언 이후 처음이다. 그는 정책 공약을 함께 만들고 있는 ‘시민위원회’ 13명의 명단, 그리고 그들과의 토론 내용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예비후보인 오세훈 전 의원도 나타났다. ‘열린 서울 만들기’라는 제목으로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의 초점은 ‘깨끗한 행정’이었다. 그는 출마 선언 이후 이틀에 한 차례씩 국회 기자실을 찾는다.


강금실과 오세훈 두 사람은 ‘새로운 정치인’들이다. 나이가 각각 마흔아홉, 마흔다섯으로 젊지만, 꼭 그 때문만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접근 방식이 기존 정치인들과 많이 다르다. 새로운 정치인들은 ‘진정성’, ‘비정치성’, ‘도덕성’을 앞세워 유권자들의 감성에 먼저 강하게 호소한다. 그리고 선거운동 과정을 통해, 자신의 ‘진실’을 입증함으로써 지지를 얻어 나간다.

중진 정치인들은 이를 ‘이미지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사람들의 표를 얻어야 성공하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미지는 때로 내용물보다 중요하다. 정치는 뭔가를 ‘하는’ 기술이지만, 뭔가가 ‘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기존 정치인들은 두 사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왜 두 사람에게 환호하는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 왜 자신은 인기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정치인들에게 계속 밀려나는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옛것은 새것을 당할 수 없고, 노인은 젊은이를 이길 수 없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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