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의 장애인복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과 견줘 보면 역사가 짧은 까닭에 아직 그 내용이 미흡하고 장애인의 욕구 충족도도 낮은 편이다. 장애인 복지 이념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장애인의 인권과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며 △장애인의 사회통합과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 복지는 이런 이념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장애인에게 직업재활은 경제적 독립과 사회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 분야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은 일할 능력이 없다’는 오랜 편견으로 말미암아 1980년 장애인복지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난 90년에야 현재의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돼 조금이나마 사회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 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장애인 2% 고용 의무를 할당했다. 이후 장애인 고용률은 증가세를 나타내, 2004년 말 2.04%로 의무고용률 2%를 넘어섰으며, 특히 적용 제외를 인정해 장애인이 응시하지 못했던 교사 공무원직도 올해부터 개방했다.
또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체도 국가 및 자치단체와 동일하게 적용하던 2% 장애인 의무고용이 91년 0.39%에서 2004년 말에는 1.25%를 나타내고 있으며, 2004년 법 개정으로 올해부터는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 사업체로 의무고용제를 확대했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안에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정부의 노력과 민간기업의 참여 속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지금도 많은 민간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3월22일 공포한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②항에는 “입주 기업체 중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하여는 다음 각호의 법률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24조(사업주의 장애인고용의무)를 거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외국 투자가가 출자한 기업, 곧 외국인 투자 기업에는 장애인 고용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다.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에서 할당고용제(이탈리아 8%, 프랑스와 폴란드 6%, 독일 5%, 오스트리아 4%, 그리고 한국과 스페인 2%)를 시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국내 자유무역지역에 투자하는 외국 투자가들에게는 장애인 고용에 대한 책임회피 근거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나라들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장애인 고용 의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 국제물류의 원활화 및 지역개발 등을 촉진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을 국민으로 인식하지 않고 장애인은 일할 능력이 없다는 구시대적 편견을 지니고 있는 것이므로 당장 개정돼야 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권고하는 장애인 정책 방향은, “장애는 ‘취업 불능’을 의미하지 않으며, ‘한 번’ 장애인이 되었다고 해서 ‘평생’ 장애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비록 신체적인 장애를 지니고 있지만 다양한 능력을 갖춘 장애인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장애인 편견의식은 우리 사회에서 하루속히 제거돼야 하며, 장애인의 진입을 막고 있는 자유무역지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도 하루속히 개정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모든 기업인에게 장애인 고용의무는 평등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이필용/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서울지사 고용촉진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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