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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거대한 낙관주의’와 지방선거 / 김갑수

등록 2006-04-23 18:42

김갑수 문화평론가
김갑수 문화평론가
세상읽기
최근 어떤 토론자리에 참석할 일이 있어 만나는 사람마다 다음과 같은 단순무식한 질문을 던져봤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더 좋아질 것 같은가 나빠질 것 같은가.’ 사전 준비 삼아 일종의 사적 여론조사를 해본 셈인데 결과는 놀라왔다. 압도적 다수가, 백분율로 90% 이상이 좋아질 거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다. 경제는 엉망이요 정치는 쓰레기장이요 교육은 파탄이며 환경은 재앙에 직면했고 …. 입 모아 합창을 하는 현실진단의 레퍼토리가 이런 식인데 그럼에도 미래는 낙관적이다? 비장한 문체를 구사하는 보수 논객들의 주장에 따르면 장차가 아니라 이미 망해버린 나라꼴인데도 미래는 좋아질 것이다? 이 기묘한 불일치가 정말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어째서 좋아진다고 생각하느냐는 후속 질문에 신통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워낙 똑똑하고 악착 같기 때문이라는 다수의 답변은 객관적 입증 불가능이라는 사유로 밀쳐내야 했고, 정보기술(IT) 산업 선도국이라거나 교육 수준이 높아서라는 견해는 아무래도 논거가 취약해 보인다. 하긴 어느 누군들 막연한 미래예측에 대해 치밀한 논거까지 준비해 놓았을 텐가. 나는 이 막연하지만 어쩐지 잘 될 것 같다는 예감을 거대한 낙관주의라고 이름붙여 본다. 그리고 이 낙관주의 자체가 미래를 밝게 전망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5·31 지방선거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국사를 좌우하는 총선 혹은 대선과는 의미가 다른 지방선거라 해도 오늘날의 유권자는 단순한 행정능력이나 지역개발 능력만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 이상의 어떤 가치가 요구된다는 말인데 지금 부상한 후보들 면면에 따른 판단이 만만치가 않다.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 경기 지역의 유력 후보를 놓고 볼 때, 가령 강금실 대 홍·맹(홍준표 혹은 맹형규)이라면 판단이 명확하겠으나, 강금실 대 오세훈 구도에서는 두 인물 성향의 차별성이 모호해진다. 또한 경기지사로 나올 진대제, 김문수 두 후보 쪽은 어쩐지 운명의 장난으로 소속정당이 뒤바뀌어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이념적 정향이 분명한 쪽은 민노당 후보들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손쉽게 정당투표에 맡겨버리는 건 내 표를 던져버린다는 기분이 들어 개운치가 않다.

결국은 앞으로 쏟아져 나올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챙겨보는 수밖에 없다. 우선 나는 엄청난 현실적 이득을 당장 가져다주겠다는 식의 실리적 공약은 별로 신뢰하고 싶지 않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을 하겠다는 결의도 마뜩지 않아 보인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쓸데없이 벌여놓은 과시적 사업이 얼마나 많은지 상기해 보면 된다. 아울러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거나 지역의 제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성향의 인물은 우선 배제대상이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를 선호하겠는가. 앞서 언급한 우리들 마음 속의 거대한 낙관주의를 떠올려 본다. 아마도 성장의 30년을 지내온 관성이 작용해서 그러한 판단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런 반면 우리는 또한 불만투성이의 현실로 터져버릴 듯한 일상을 살아간다. 성장의 의미를 되새겨볼 겨를이 없이 앞으로만 달려왔기 때문이다. 이제 더 많은 성장과 발전은 민간부문에서 수행하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고 주민들 삶의 질적인 면을 고양시키는 데 온힘을 쏟는 시장, 군수, 도지사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막연한 낙관을 현실의 것으로 만드는 에너지는 단체장의 지도력이 아니라 주민 개개인의 삶의 행복에서 출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갑수/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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