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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사회정책학의 부활을 위해 / 김연명

등록 2006-05-01 18:25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아침햇발
한동안 학계에서 사장되어가던 사회정책이란 용어가 최근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학문으로서 사회정책학은 해방 이후,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 학계에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으나 사회적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자생적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 최근의 관심은 매우 다르다. 저출산·고령화, 비정규직 확산, 경제사회적 양극화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미증유의 사회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노동시장 정책, 복지·의료정책, 교육정책, 주택정책, 나아가 조세정책을 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산업사회에서 경제성장과 경제정책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학문적 전통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래된 일이다. 영국에서는 1912년 런던정치경제대학(LSE)에 사회정책이 독립된 학과로 만들어진 이후 오늘날까지 사회정책 연구의 국제적 중심을 이루고 있다. 독일에서 사회정책학회가 만들어진 것도 1873년의 일이며, 설립한 지 백년이 넘은 일본 사회정책학회는 일본 사회과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단체의 하나다.

참여정부 안에서 사회정책을 경제정책과 상생적 관계로 인식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사회문화정책 관계 장관회의’가 신설되고, 청와대 비서실에서 사회부처를 관장하는 조직도 사회정책수석실로 명명된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 두 축으로 한국 사회가 재설계돼야 한다는 관점은 지극히 옳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과연 정부 부처 사이의 단순한 정책조정을 넘어서 사회정책의 포괄적인 설계와 정책집행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사회정책 전반을 재설계할 만한 설득력 있는 담론이나 획기적인 정책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정책을 이론적으로 주도해야 하는 학계는 오히려 정부보다 더 움직임이 느리다. 노동시장 전문가, 복지정책 전문가, 주택정책 전문가는 많다. 하지만 개별 정책들의 상호관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사회정책 전문가는 찾기 어렵다. 사회복지학과에서는 소득보장 정책 위주의 강의가 진행되며, 경제학과 사회학에서는 노동시장이나 노사관계를 다루지 복지정책이나 교육정책과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교육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전공영역을 조금만 넘어서면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파편적 학문체계로는 최근에 질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의 근원적 문제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포디즘적 노동시장 구조의 붕괴, 그리고 지식기반의 격차 등은 개별 분과학문의 접근을 절음발이로 만들고 있다. 대학에서 복지·노동·교육·주택·재정 문제를 종합적으로 가르치고 연구하는 학문단위의 설정이 시급하다.

구체적 정책대안들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국책연구소도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미미하기는 마찬가지다. 복지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에서는 노동시장이나 교육문제 전문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노동을 다루는 연구소에서는 복지정책이나 주택문제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연구원 사이의 협력 관계를 통해 특화된 분야의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단위가 다른 연구원 간의 협동연구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한계를 가지는지 당사자들은 잘 알 것이다. 수많은 사회정책 관련 보고서의 정책제안들이 개별 정책의 유기적 결합보다는 단순한 논문 모아놓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책연구원에서도 인접학문 전공자를 더 많이 충원해야 하며, 연구원 사이 연구의 결합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나가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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