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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베블런 효과 / 김병수

등록 2006-05-03 20:02

유레카
한 재벌 총수가 했다는 소리다. 며느리에게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려면 가짜로 하라고 했다 한다. 재벌가 며느리가 가짜 반지를 끼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냐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효용은 진짜인지가 아니라 비싸게 보이느냐에 있다는 그의 말은, 역설적으로 부유층 소비 의식의 단면을 읽게 한다.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소스타인 번드 베블런(1857~1929)은 1900년 전후 미국 부유층의 사치품 과소비를 과시성 소비로 진단했다. 그는 〈유한계급론〉에서 산업사회 제도가 근면·효율·협동을 요구하지만, 실제 산업계를 지배하는 계층은 돈을 벌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돼도 터무니없는 고가품 수요가 줄지 않고, 고급품의 값이 오를수록 수요가 더 늘어나는 건(베블런 효과) 부유층의 과시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찰력이 뛰어났지만 냉소적이던 그의 눈에, 당시 미국 부유층의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사고와 과시적 소비는 미개사회의 약탈적 행위를 연상하게 했던 모양이다. 그는 산업사회 미래에 비관적이었다. 그의 통찰이 옳았는지는 모르나 1930년대에 세계는 대공항을 맞았다.

명품 바람에 더해, 최근 들어 청바지도 100만원대, 심지어는 398만원짜리까지 등장했다. 백화점에는 초고가품 마케팅이 붐을 이룰 정도라는 말도 들린다. 3천만원짜리 맞춤식 정장이 있는가 하면, 지난 3월 한 백화점에는 1억5천만원짜리 텔레비전도 등장했다. 서울 집값에도 부유층의 과시욕이 일부 묻어나는 듯하다. 비싼 집은 값이 더 오르고, 서울 강남 타워팰리스나 아이파크는 부유층을 상징하는 아파트가 됐다. 수십억원을 집에 묻고 사는 이들이 그렇게 많은가 싶기도 하다.

끝은 어딜까? 1930년대 이전 미국과 다르고 베블런의 비관적 진단이 반드시 옳다고도 할 수 없지만, 이런 흐름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김병수 논설위원 byun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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