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당당한 외교의 본질을 호도말라 / 이장희

등록 2006-05-05 19:58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국제법
이장희 한국외대 대외부총장·국제법
기고
일본 해상보안청 선박의 탐사계획 철회 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특별담화문을 통해 독도에 대한 조용한 외교를 포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노 대통령은 독도문제는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수호 차원의 문제이며, 지난 반세기 동안 조용한 외교가 가져온 독도에 대한 역사 및 주권 훼손의 치유와 구체적 방어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천명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매우 힘든 외교적 결단을 한 것이다. 남은 일은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여야가 정파를 초월해 주권과 역사를 수호하는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하는 후속조처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런 대통령의 ‘당당한’ 외교를 기회 있을 때마다 폄하하고 흠집 내는 이상한 목소리가 나라 안팎에서 다시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여론 95% 이상이 대통령 담화를 지지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민감한 외교에 전면에 나서는 것이 너무 하지 않느냐’에서부터 ‘국내용 메시지’라며 평가절하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을 좋아하는 쪽은 일본밖에 없을 것이다.

누구 뭐래도 일본이 최근 공세 수위를 강하게 높이는 게 1999년 신 한-일 어업협정 이후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이것은 바로 이 협정이 독도영유권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담화를 구체화하는 작업에는 형식적으로 태스크포스팀만 요란스레 만들지 말고, ‘한-일 어업협정 개정준비위원회’라도 발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관련 정부 부처는 핵심문제인 어업협정 개정을 교묘하게 비켜가고 마치 대통령이 그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언론에 흘려보내면서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대통령은 분명히 어업협정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다만 개정 때 생길 양국 간의 물리적 충돌 문제와 어민피해 문제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고심한 것이다. 협정 개정과 개정 때의 대책마련 고심은 별개의 것이다.

어업협정이 94년 신국제해양법 질서 발효에 따라 각국의 경쟁적 배타적 경제수역(EEZ) 선포, 그리고 97년 한국의 국가환란이라는 불가피성 속에서 출발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그러나 이 협정은 한국의 독도영유권을 여러 조항에서 훼손하고 있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와서 이 협정과 관련해 누구를 책임 지우고 하는 차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것은 자손 만대의 역사와 주권을 온전하게 수호하자는 국민적 소망이다. 그런데 관련 부처는 조용한 외교라는 명분으로 이 협정이 순수한 어업협정이고, 영유권과는 무관하며, 또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이미 지배하고 있으므로 무대응이 상책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래서 학자들과 시민단체를 비롯한 비정부 부문이 이 협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자제시켜 왔다. 그 결과가 바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왜곡된 주장이 한국의 주장보다 6배가 넘게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다시 말해 조용한 외교가 오늘의 독도분쟁을 키워온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안에는 무서운 일본의 커넥선이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분명한 뜻을 밝혔음에도 그 진의를 교묘하게 폄하해 본질을 호도하고 다시 조용한 외교로 되돌리려는 무서운 세력의 정체를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더는 이들을 용납할 수 없으며, 과거처럼 조용한 외교로 역사와 주권을 훼손하게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장희/한국외대 대외부총장·법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