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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0 17:09 수정 : 2005.02.20 17:09

이홍동/제품전략연구팀장

〈한겨레〉는 지난 네댓 달 동안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회사 형편이 어려워 내부에서 ‘정리해고’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렸다. 한겨레에서 정리해고라니? 한겨레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정리해고가 없었다. 80명을 넘는 많은 이들이 회사를 살리겠다고 스스로 퇴사함으로써 그 과정을 피할 수 있었다. 내부적으로 세대 갈등과 같은 양상도 없지 않았다. 어쨌든 고비를 넘겼다.

한겨레의 지난해 어려움은 자금 경색에서 비롯되었다. 부채 상환기일이 닥쳐오면서 대출기관들과 힘든 협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겨레도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한 부분이며, 그 법칙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어려움의 더욱 근본적인 요인은, 한겨레라는 회사 조직이 무사안일에 젖어 변화에 무감각한 조직이 돼 있었다는 점이다. 조직은 타성에 젖었고 구성원들은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이른바 조·중·동과 견줘 낮은 구독률, 그로 인한 광고 수주의 어려움, 신문 보급망의 허술함 등등 영업 부문의 난제가 지속되어 왔지만 그를 극복할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들 언론사가 독자들을 매수해갈 때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현재의 어려움이 미디어 시장을 지배하는 대자본 탓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신문 제작이나 판매 등에서 우리 스스로 그 문제에 얼마나 치열하게 부닥쳤는지에 대해서도 해명할 자신이 별로 없다. 우리는 우리 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제 공개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내부 온라인 토론방에서는 왜 한겨레가 어려움에 빠졌는지를 두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요즘은 신문시장 비중이 줄어들고 신문과 방송이 융합되고 네트워크가 미디어의 구실을 대체하는, 썩 복잡한 매체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고 있다. 신문이 단순히 종이신문 하나만으로 제구실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상식이 되었다. 뉴스 전달의 다채널화는 그 끝이 어디인지도 판단하기 어렵게 진행되고 있다.

솔직히 한겨레로서는 이런 새로운 상황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는 내적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겨레를 살립시다’라는 호소 광고가 지면에 나오기도 했다. 이 광고를 본 독자들은 느닷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광고를 내보낼지 내보내지 않을지에 대해 내부 논란이 일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한겨레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는 데 대해 심각히 생각했다. 자유언론의 황무지에 깃발을 꽂았던 17년 전을 잊은 것은 아닌지 되새겨 보기도 했다.

올해 초 한겨레는 우리의 지면을 완전히 바꿀 것을 목표로 연구팀을 구성했다. 이 팀이 구상하는 것은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한겨레를 만드는 것이다. 신문의 내용과 형식, 제작 조직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것은 없을까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게 이 팀의 과제다.

우리는 한겨레에 대해 안팎에서 가해진 평가와 비판과 논란을 검토하고 그 일반항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마침 우리는 지난 18일 사원투표를 통해 앞으로 3년 동안 한겨레신문사를 이끌 새 대표이사 후보도 결정했다. 3월 초에는 한겨레의 방향을 모색할 전체 사원 토론회를 연다.

이제 한겨레는 스스로를 다잡아 다시 독자에게 다가가려 한다. 앞으로 몇 달, 한겨레 내부는 변화와 개혁으로 내연할 것이다. 변화를 내보일 시기는 5월 창간일로 잡아놓고 있다. 이때 독자들은 달라진 한겨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홍동/제품전략연구팀장hdlee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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