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뜻 말맛] 호랑이는 무섭다? 두렵다? / 김수업

등록 2006-05-15 21:51

말뜻 말맛
토박이말은 우리 겨레가 이땅에 살아오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의 집이다. 우리 몸에는 겨레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듯이 토박이말에는 마음 정보가 들어 있다. 유전정보와 달리 마음 정보는 흔들리는 세상에 맡겨두면 단박에 망가진다. 지난 백 년 동안 우리는 무섭게 흔들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토박이말을 지키고 가꾸고 가르치지 못했다. 흔들리는 세상을 타고 일본말이 밀려와 짓밟고 미국말이 들어와 휘저어 뒤죽박죽이 되었다. 수백 수천 년을 살아오며 갈고 닦아 마련한 겨레의 마음 정보를 온통 망가뜨린 셈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네 마음, 우리의 느낌과 생각과 뜻과 얼은 토박이말과 함께 뒤죽박죽인 것이다.

보기로 토박이말 ‘무섭다’와 ‘두렵다’를 들어보자. 우리 가운데 누가 이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며 다르게 가려 쓰는가? 〈표준국어대사전〉조차 ‘무섭다’를 “어떤 대상에 대하여 두려운 느낌이 있고 마음이 불안하다.” ‘두렵다’를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이렇게 풀이했다. ‘무섭다’는 두려운 것이라 하고, ‘두렵다’는 무서운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왜 두 가지 낱말을 만들어 썼겠는가? ‘무섭다’나 ‘두렵다’나 모두 느낌을 드러내는 낱말이다. 그러나 ‘무섭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무엇을 잘 알 적에 쓰고, ‘두렵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무엇을 잘 모를 적에 쓴다. 호랑이는 무섭고, 하느님은 두렵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