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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숨은말탐험] 아사리판 / 한용운

등록 2006-05-21 21:45수정 2006-06-09 18:01

숨은말탐험
“네 놈 두 눈이 멀어 뵈는 게 없으니 세상을 이리 아사리판으로 만들어놨구나!” 인기 영화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 장생에게 건넨 대사 중 한 마디다. 여기서 ‘아사리판’은 현행 국어사전에는 없는 낱말이다. ‘아사리판’은 소설 등 문학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네가 죽냐 내가 죽냐 하는 아사리판에 다른 사람의 생명은 알아 모셔서 어쩌겠냐는 세월이었다.”(이정환, 〈샛강〉) “살아도 좀 악착같이 살아 보자고 아예 아사리판 같은 서울역 광장으로 뛰어들었다.(현기영, 〈순이삼촌〉)

여기서 ‘아사리판’은 “다툼으로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곳이나 그런 상태”란 의미로 쓰인다. 이렇게 입말·글말 자료에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면 사전 편찬자는 ‘아사리판’의 조어 방식, 어원 등을 검토하여 올림말로 올리게 된다. 이 말의 어원은 토박이말·범어설 등 가설이 있으나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고 기록된 사례가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말도 숱한데, 이들은 곧 사라질 처지에 놓인 말들이다. 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낱말을 사전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그 말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쓰고 읽는 글에서, 지금 말하고 듣는 자리에서 국어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말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뜻있는 일이라 하겠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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