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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시급한 블루골드 확보전략 / 최기련

등록 2006-05-25 21:51수정 2006-06-09 16:41

최기련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최기련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기고
고유가 시대의 후유증으로 ‘3골드’라는 용어가 화제다. ‘3골드’란 전통적 금에 더해 원유(블랙 골드)와 천연가스(블루 골드)를 추가한 것이다. 한마디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금값이라는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유례없는 장기 고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원유가격은 현재 수준(배럴당 70달러)보다 조금 낮은 선에서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천연가스 시장은 지난 1년 동안 뒤늦은 가격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를 중심으로 2010년 대 초반까지의 추가공급 능력이 소진되는 수급비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인도 등의 신규 수요와 미국·유럽연합의 추가 수요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다 인도네시아·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의 자원고갈과 설비증설 지연, 이란·러시아 등에서의 자원 민족주의 고조로 공급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년 사이 수요자 주도시장에서 공급자 주도시장으로의 급속한 구조전환이 진전됐다. 사실 천연가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부존 여건 덕에 석유시장보다 안정적이었다. 원유가격의 80% 수준에서 수요자 주도시장 행태를 보여왔다. 따라서 최근 가스 시장의 변화는 획기적인 것일 뿐아니라 장기 파급도가 큰 구조적인 것이다. 따라서 전체 에너지 소비의 13%를 액화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이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구조변화 과정에서 큰 시련을 겪고 있다. 국내 액화천연가스 장기계약 도입가격은, 2002년 4.3달러(100만 BTU당)에서 지난해에는 7.93달러로 갑절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중반 이후 악화된 물량 확보가 가격 오름세보다 더 큰 문제다. 당장 올해부터 년 200만톤 수준의 공급부족이 예상되며, 특별한 조처가 없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장기계약보다 최고 세 배나 비싼 현물시장 의존도가 높아지게 되면 그 결과는 국민 부담 가중으로 돌아온다.

이미 우리의 현물시장 의존도는 일본 등 경쟁국보다 높다. 왜 그런가? 한 마디로 세계시장 변화에 탄력적이지 못한 대응태세 때문이다. 세계 시장구조가 급변한 지난 2년을 제대로 결론도 못낸 국내 가스산업 구조조정 논란 등에 몰두하느라 허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의 공익기능 약화, 선진국 구조조정 실패사례 간과 등 지나친 신자유주의적 논리의 만연을 방치하였다. 이는 적어도 에너지 부문에서는 어떤 논리보다 국익 보장이 우선이라는 자원패권 시대의 세계 추세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여기에다 국내시장 자유화 추세에 따라, 한 에너지원의 수급불안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방지하는 위기관리형 수급체계까지 약화됐다. 예컨대 액화천연가스 수급비상을 전력산업이 막아주는 보완체계가 무너졌다. 지금 상태를 내버려두면 머잖아 천연가스 비상사태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가스 확보 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시급하다. 만시지탄의 우려가 있지만, 국익 차원에서 물량확보 경쟁력을 키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익 차원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고자 국영회사를 앞세우는 프랑스, 중국 등 경쟁국의 사례를 원용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면 가스산업 구조조정 방향도 재검토해야 한다.

최기련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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