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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객원논설위원칼럼]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것 / 김상종

등록 2006-05-31 22:09수정 2006-06-09 15:22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객원논설위원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객원논설위원
객원논설위원칼럼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숨 쉬고 살았다는 죄 때문에 건강한 임부조차도 미숙아를 낳게 된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그 위험도는 더 커진다고 한다.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아황산가스 같은 오염물질의 농도에 따라 미숙아 출산율이 26%까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다. 문제는 대기오염도가 법적으로는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닌 지역에서조차 미숙아를 낳게 된다는 데 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는 법적 기준치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였고 다른 오염물질들도 심한 경우가 기준치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 준다. 건강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주거환경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이 연구는 전체 국민의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선진국 대도시보다 3.5배까지 높고, 이산화질소는 1.7배까지 높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사실 수도권의 살인적인 대기오염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공기 중의 다이옥신 농도가 온산이나 안산 같은 공단지역보다도 높다고 한다.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보다도 독성이 1만 배나 높은 맹독성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서울역 부근과 정동 등 서울시 중심부에서 측정한 다이옥신 농도는 전국 35개 지역 중에서 서너 번째로 높았고 인천이나 시흥 지역도 선진국 기준을 초과하여 수도권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2002년도에 서울 대치동에서 측정된 결과는 공기 중의 벤젠 농도가 선진국 환경기준을 초과하였다. 벤젠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인데, 단기간에 고농도로 노출되면 두통과 구토를 일으키지만 만성적으로는 혈액암까지도 일으키는, 확인된 발암물질이다.

미국의 관리기준으로 볼 때 서울 공기 중의 발암물질 농도는 10만명당 8명에게 암을 일으킬 수준으로 해석되었다. 특히 강남 대치동의 발암물질 농도가 서울역 부근과 비슷하게 나온 조사결과는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조차도 숨쉬기에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84년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의 합동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서울시의 대기오염도는 세계 51개 대도시 중 세 번째로 나빴고, 그 4년 뒤에 나온 보고서에는 2위를 차지하였다. 즉, 수도권 주민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오염된 공기 속에서 살아왔다.

세계보건기구는 보고서 결론에서 서울처럼 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에서 자란 어린이는 어른이 된 뒤에도 만성 기관지질환으로 고통받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아토피로 우리나라 어린이 4명 중 1명이 고통을 받고 있어 국제기구의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에 대해 경고를 한 이유는 노인들과 함께 면역력이 떨어져 우선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령화사회 진입으로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 인구는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환경의 날을 맞아 발표된 최신 자료를 보면 수도권의 대기오염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역의 발암물질 농도가 낮추어질 희망이 별로 없는 나라, 건강한 아이를 낳으려면 공기가 좋은 곳을 찾아나서야 되는 나라, 선진국 수준으로 대기오염을 낮추겠다면서 수도권 대기정책 강화는 유예하는 나라, 아직도 여야 가리지 않고 개발 일색의 공약을 내세우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이제는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게 무언지 고민하며 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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