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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거버넌스 시대의 혁신과 세계 흐름 / 김판석

등록 2006-06-01 21:54수정 2006-06-09 16:40

김판석 /연세대 정경대학원 부원장
김판석 /연세대 정경대학원 부원장
기고
최근 사회과학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어휘 중의 하나가 ‘거버넌스’(governance)다. 이 말의 의미는 학문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기본적인 뜻은 ‘관리의 다원화’이다. 과거에는 거버넌스를 해당 조직의 최고책임자 중심의 정부 체제로 이해하였지만, 요즘처럼 이해 당사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난 상태에서는 단일주체의 독주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상호협의하여 결정하는 체제로 변하고 있으므로 정부 조직이나 기업체뿐 아니라 협회와 같은 작은 조직마저도 거버넌스를 중시하며 관리방식을 다원화하고 있다. 거버넌스는 일극 중심이 아니라 네트워크와 같은 다극 체제를 의미하므로 혹자는 이 말을 ‘협치’ ‘공치’ 또는 ‘국정관리’로 번역하기도 했지만 이 표현들이 정치행정적인 의역이라 적절치 않아서인지 최근에는 그냥 거버넌스로 표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거버넌스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세계은행의 역할이 크다. 세계은행은 막대한 자금을 여러 개발도상국들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나라에서는 지원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어떤 나라에서는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계은행은 거버넌스 변수를 중시하였다. 지원받은 국가가 ‘좋은 거버넌스’를 가진 경우에는 대체로 성공하였고, 나쁜 거버넌스를 가진 나라는 실패하였다는 보고서를 1989년에 발표한 이후 거버넌스라는 말의 사용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런 분석은 서구적인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세계 여러 나라들이 좋은 거버넌스를 갖추기 위해 치열한 혁신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부나 기업의 혁신방향도 좋은 거버넌스 체제를 갖추어 가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해 한국 정부는 ‘정부혁신 세계포럼’을 한국에 유치하면서 그 테마로 ‘참여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내세워 국제연합과 참여국들에 한국의 혁신활동을 알리기도 했다. 현 정부의 혁신결과에 대해서는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다양하겠지만 적어도 혁신노력의 정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일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정부가 개발한 ‘정부혁신 지수’가 유엔이 수여하는 공공행정상(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자족하지 말고 국제적인 거버넌스 연구와 지원 등에서도 이제는 수혜자가 아니라 기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정부 혁신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역할 변화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전통적인 통치자의 자세에서 벗어나 관리자, 협력자 같은 역할로 바뀌고 있는 반면, 시민의 역할은 과거의 피지배층에서 벗어나 점차 강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높아지는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의 변화를 도모하지 않을 수 없다. 거버넌스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세계 흐름이라 할 수 있으며, 기업부문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거버넌스 혁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정부 부문에서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혁신 노력들이 한국을 선진화하고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판석 /연세대 정경대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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