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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생보사 상장의 조건 / 김상조

등록 2006-06-12 20:48수정 2006-06-13 14:24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기고
생명보험사 상장.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요건을 갖춘 주식회사가 상장하겠다면 막을 도리가 없다. 또 상장은 생보사의 재무 건전성과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단순한 이 문제를 1989년 이래 17년 동안이나 질질 끌어 온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1999년과 2003년에 감독당국이 직접 나서 생보사 상장방안 초안을 마련해 놓고도 확정짓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생보사 주주가 얻게 될 천문학적 액수의 상장 차익에 몹시도 배 아파 하는 일부 사람들의 삐뚤어진 심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글쎄다. ‘소수의 배아픔 증후군’ 때문에 17년 동안이나 생보사 상장이 저지되었다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상장은 거래소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거래하도록 하는 절차다. 따라서 상장을 위해서는 주식의 가치에 ‘남의 돈’이 섞여 있어서는 안 된다. 이건 ‘주식회사의 상장 차익은 주주 몫’이라는 주장만큼이나 상식적인 것이다. 현행 증권선물거래소 상장 규정에 명기된 ‘이익배분 등과 관련하여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이 인정될 것’이라는 상장요건은 이 상식의 표현이다. 결국 생보사 상장의 관건은, 내 돈과 남의 돈, 즉 주주 몫과 보험계약자 몫을 정확히 구분함으로써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갖추는 것이다.

우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과거의 자산재평가이익 중 계약자 몫을 아직도 자금잉여금 계정에 넣어두고 있다. 이 돈은 손실보전에 사용될 수 있었으며, 또 생보사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계산할 때 합산되었다. 사실상 자본으로 기능한 것이다. 따라서 이 돈은 그 속성에 맞게, 즉 주식으로 계약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또 유배당 상품과 무배당 상품을 동시에 판매한 생보사는 자산재평가를 하거나 자산의 구분계리를 함으로써 유·무배당 계약자 간, 그리고 계약자와 주주 간 이해상충 문제를 제거해야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생보산업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세계 7위의 거대시장이다. 그중 삼성생명은 세계 30위권 안에 드는 거대 보험사다. 그런데, 어찌하여 주주 돈과 계약자 돈도 제대로 구분하지 않는 후진적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감독당국이 보험계약자의 권익 보호보다는 업계의 기득권 보호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1999년과 2003년에 상장방안을 마련하고도 로비에 밀려 그냥 덮어버린 사실, 외환위기 직후 판매된 고금리 상품의 역마진 문제를 신규판매 상품의 사업비 차익으로 보전하고 있는 생보사들의 부당행위를 방조한 사실, 또 이를 위해 자산의 구분계리 도입을 지연시키고 있는 사실 등등 그 예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 생보사들이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온전히 갖추지 못한 것은 감독당국에 그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지금 금감위는 증권선물거래소를 앞세워 생보사 상장방안 마련을 시도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주 조용하고도 신속하게…. 그러나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자신의 존립목적을 스스로 포기한 감독당국이 어떤 생보사 상장방안을 내놓을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아프다. 이런 감독당국을 두고서 가족의 미래를 위해 보험이나 하나 들어볼까 하는 순진한 일반 서민들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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