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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고장말탐험] ‘부럽다’의 방언형 / 이태영

등록 2006-06-13 19:17수정 2006-06-13 19:40

고장말탐험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는 “동네 사람들이 얼매나 불버라 하는지 아요?”에서처럼 형용사 ‘붋다'가 보인다. ‘불버라, 불버도’와 같이 쓰이는 이 말은 표준어 ‘부럽다’의 경남 방언이다. 〈한국방언자료집〉을 참고하여 정리해 보면, 경기도를 중심으로 ‘부럽다’가 쓰이고, 충청 방언과 전라 방언을 중심으로는 ‘불거도, 불거워도’처럼 ‘붉다’가 쓰이며, 경상 방언에서는 ‘불버도’와 같이 ‘붋다'가, 동사로는 ‘불버하다’가 쓰인다.

역사적으로 옛 문헌에서는 형용사 ‘븗다'와 ‘부럽다’가 두루 보인다. 이는 동사로 ‘블다’(羨)가 쓰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형용사 ‘부럽다’는 동사 ‘블-’에 형용사를 만드는 파생접미사 ‘-업’이 연결되어 형용사가 된 것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쓰이는 형용사 ‘불겁다’는 ‘불거워도, 불거뵌다’와 같이 쓰이는데, 이는 ‘붉다’에 다시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업’이 연결되어 짜인 것이다. 경상도와 인접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불법다’는 ‘불버워도’와 같이 쓰이는데, 형용사 ‘붋다'에 다시 뒷가지 ‘-업’이 연결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동사 ‘블-’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업’이 붙은 ‘부럽다’가 표준어로 쓰이고, 동시에 전라 방언에서는 ‘붉-’이 주된 기본형으로, 경상 방언에서는 ‘붋-’이 기본형으로 쓰인 것으로 이해된다.

우리말이 나누어지면서 지역에 따라 독특하게 쓰이는 고장말의 다양성과 상관성을 보여준다.

이태영/전북대교수·국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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