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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복권/ 신기섭

등록 2006-07-03 19:45수정 2006-07-04 17:18

우리나라 도박성 산업 가운데 최근 가장 급격하게 성장한 분야가 복권이라고 한다. 2002년 9796억원이었던 복권의 매출은 이듬해 4조2342억원으로 뛰었다. 2002년 말 등장한 로또 덕분이다.

서양에선 16세기에 식민지 개척자금을 위해 복권이 처음 등장했는데, 거부감을 줄여 판매를 촉진하려고 종교까지 동원됐다. 1612년 영국에서 나온 복권의 홍보 전단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왕국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라네, 미개인들이 사는 땅에. 신은 기독교인들을 여전히 도우시리, 그들의 목적을 기꺼워하시리.” 또 프랑스의 자선복권 1등 복표에는 “하느님이 당신을 선택하셨다”라고 적혀 있었다.(데이비드 니버트, <복권의 역사>)

그 이후 급속히 번진 서양의 복권은 19세기에 하층민의 투기와 도박심리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됐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금융기관의 발전으로 자본형성 수단이 다양해져 복권의 필요성이 줄어든 데 있다고 한다.

복권이 다시 등장한 것도 역시 재원 때문이다. 1964년 큰 논란 속에 복권을 부활시킨 미국의 뉴햄프셔주는 소득세와 판매세가 없는 탓에 교육예산이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 복권에 대한 반감은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로드아일랜드주의 경찰관들은 잠복근무 끝에 복권을 사서 주 경계를 넘어오는 주민을 체포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70년대 들어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라졌다. 복권과 세금 인상 가운데 복권을 선택한 것이다.

요즘 우리의 복권 수익금은, 국민주택기금 등 주택사업, 유공자와 저소득층 복지사업, 문화유산 보존사업 등에 쓰인다. 다음번 로또를 살 때는, 이런 사업을 위해 서민층의 호주머니를 털어도 되는 건지, 대안은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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