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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계자산 구성의 극심한 불균형/김용창

등록 2006-07-05 20:40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김용창 세종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

누구나 일을 열심히 해서 번 돈은 물 쓰듯 하지 못한다. 그래서 건전한 노동윤리는 자본주의의 핵심 토대가 된다. 그런데 이런 원칙에 이율배반적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원리이기도 하다. 자산을 소유한 사람은 그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노동을 하지 않고서도 돈을 벌 수 있으며, 이를 투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큰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속칭 대박을 터뜨리려는 투자행태도 적지 않고, 이런 행태를 투자와 구분하여 투기라고도 부른다. 경제에서 이러한 불로소득의 비중이 커지고, 저마다 일은 하지 않고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행위를 일삼으면 당연히 노동윤리가 훼손되고 자본주의 토대도 부실해진다.

우리나라 사람은 불로소득의 최대 근원 중 하나인 부동산을 두고서는 너나없이 강한 애착과 이중적 심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뒤돌아서는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내집 가격이 정체하면 송두리째 정권의 무능을 탓한다. 그러면서 부동산 소유에 따른 응당한 조세 부담에 대해서는 매우 인색하다. 2006년 공동주택가격 공시에 대해 4만7596건(7만4533세대)의 이의신청이 접수되었는데, 경기 분당 1만352세대를 비롯하여 집단 이의신청은 3만3320건이고, 수도권이 81.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부녀회의 아파트 가격인상 짬짜미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서 이번 이의신청에서 공시가격을 낮추라는 요구가 4만4734건(전체 건수의 94%)에 이르는 것에서 보듯 전형적인 이율배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이중인격적 심리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구성은 실물자산 중심이다. 이는 사용가치가 아닌 자산수요 증가에 기반하여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실물자산 중심의 자산구성 경향은 1990년대 초중반의 73~76%대에서 더 심화되어 2006년 3월 기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는 실물자산의 비중이 89.8%이고, 특히 총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8.6%에 이른다. 이러한 실물자산 비중은 미국의 40%, 일본의 42%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산붕괴 가설은 연령별 인구구조 변화가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드는 2006~2010년 이후 노후생활에 필요한 소비 재원을 마련하고자 보유 자산을 대거 처분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경제원론>의 저자로 유명한 하버대의 맨큐 교수는 1989년 ‘베이비붐과 주택시장’이라는 글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수요 감소로 20년 뒤에 주택가격이 47% 내릴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최근 미국의 주택경기로 보면 틀린 셈이 되었다.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산구성의 변화가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주목하게 해주었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의 인구규모는 810만 명이며 2009년부터 퇴직을 시작한다고 가정하면(평균 정년 53살), 부동산 보유의 절정 시기는 2009년 이전에 마감할 전망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다른 연구는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구성 변화 패턴을 감안할 때 부동산 시장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에는 자산 디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설사 가격하락에 직면하지 않더라도 위험을 감수한 과도한 부동산 보유로 말미암아 오히려 소비재원이 부족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실생활은 곤란해지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김용창/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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