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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해 1월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위한 국민 모금을 벌일 때 누리꾼(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퍼졌던 독립군가 한 곡이 초등학교 4학년 음악 교과서에 실렸다. 1940년대 광복군들이 불렀던, 박영만 작사, 한유한 작곡의 ‘압록강 행진곡’이 그것이다. 그동안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국악곡은 많이 실렸지만, 독립군가가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잘된 일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꿈과 국가관을 키울 나이에 이런 노래를 배우게 하는 것은 애국심을 지니도록 하는 데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군인이 되기 위해 입소하는 국군 훈련소에서도 이런 자랑스런 독립군가와 광복군가를 배우고 부르게 되길 바란다. 헌법 전문에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고 되어 있다. 또 우리 국군도 (지난 한 시절엔 그렇지 못한 면이 있긴 하지만) 만주 벌판에서 일제 침략군과 싸우던 독립군과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의 정신과 실체를 어엿이 계승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그때 그 선열들이 불렀던 노래를 군가로 채택해 보급하는 데에 주저할 까닭이 없다.
세계 여러 나라는 자신들의 독립투쟁이나 혁명, 전쟁 때 불렀던 노래를 자기 나라의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는 물론이고, 국민들의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국가)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의 국가 ‘예리한 칼날에’, 네덜란드의 ‘네덜란드인의 피에 끓는 것’, 미국의 ‘성조기여 영원하라’, 벨기에의 ‘브라방의 노래’, 아르헨티나의 ‘조국행진곡’,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이여’, 중국의 ‘의용군행진곡’, 터키의 ‘독립행진곡’, 폴란드의 ‘다블로스키의 마주르카’, 프랑스의 ‘라 마르세예즈’, 필리핀의 ‘애국행진곡’ 따위가 다 그렇다.
대한민국 국군은 대한민국과 국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집단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부르는 군가에 우리 선열들이 불렀던 독립군가나 광복군가가 몇 곡 포함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군 생활을 마친 젊은이들에게는 평생 동안 그 정신이 살아남을 것이다. 또 월드컵 축구경기장 같은 데서도 군에서 배운 독립군가를 응원가로 힘차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니, 아!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뭉클한 감동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이봉원/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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