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객원논설위원
객원논설위원칼럼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고 있어 앞으로 2차 피해도 우려된다. 정화조의 범람으로 수인성 질병이 쉽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많은 분뇨가 유입된 하천 물로 수돗물을 만들려면 소독을 평소보다 많이 해야 되는데 부유물질 증가로 오히려 소독능력은 떨어진다. 무턱대고 소독약을 많이 넣으면 화학반응에 의해 다량의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수인성 질병 예방을 위해 대신 발암물질이 많이 든 수돗물을 선택할 수는 없다. 비가 많이 온 후에 소독약 냄새가 많이 나지만 그렇다고 수돗물이 안전하다는 증거는 아니다.
분뇨가 다량 섞인 물이 농작물에 닿으면 병원미생물에 의해 오염되므로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는 채소류와 과일이 수인성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된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면 인근 연안에 서식하는 바다 생물들도 병원미생물에 오염된다. 특히 익히지 않고 날로 먹는 굴, 조개와 같은 해산물은 자라는 동안에 병원미생물이 체내에 농축되어 중요한 전염 경로로 꼽히고 있다. 이렇듯 물이 분뇨에 오염되면 수돗물, 농산물, 어패류 등을 통해 쉽게 수인성 질병감염에 노출되므로 식수는 물론 양치질, 식기세척도 끓인 물로 하듯이 소독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
수인성 질병은 보통 어린이나 노약자가 잘 걸린다. 그러나 이영표 선수가 뛰는 토트넘 선수들이 집단 감염된 사례에서 보듯 노로바이러스는 황소 같은 체력의 선수들도 쓰러뜨린다. 이 노로바이러스가 수도권 수천명의 학생들을 감염시켰으나 보건당국에서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면 앞으로 집단식중독 사고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말 한심한 것은 ‘노로바이러스를 식품에서 찾아내는 방법이 선진국에도 없으므로 식품공전에 넣어도 소용없다’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문창진 식약청장의 국회에서의 답변이다.
2001년 30명 정도의 설사 환자가 발생한 뒤 케이크에 사용한 냉동 나무딸기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검출하여 재발방지 조처를 취한 스웨덴의 대처능력은 우리의 경우와 너무 비교된다. 노로바이러스 검출방법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과일을 비롯하여 햄, 칠면조, 햄버거, 로스트 비프, 양상추, 파, 굴 등 다양한 식품을 대상으로 개발하여 오염원인 추적조사에 적용하고 있다.
노로바이러스는 배양이 불가능하여 국제적으로 유전자 검색법으로 검출하고 있다. 몇 년 전 필자가 서울시 수돗물에서 검출한 바이러스를 환경부와 서울시는 유전자 검색법을 사용하여 믿기 어렵다고 반박하였고 수돗물 검사 공정시험법에서도 배제시켰다. 따라서 현행 방법으로는 아무리 수돗물이나 지하수에 노로바이러스가 오염되어 있어도 검출이 불가능하여 안전하다고 판정받게 되어 있다. 최근에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는 공동으로 제주도 지하수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되어 집단감염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유전자 검색법으로 확인하였다. 시대에 뒤떨어진 공정시험법이나 식품공전과 같은 제도상의 후진성이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필자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팔당상수원, 수도권 인근 하천뿐 아니라 연근해 바닷물조차도 노로바이러스 같은 장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오염이 많이 되어 있어 앞으로도 여러 경로로 집단감염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식품안전처와 같은 새로운 기관을 만든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환경과 보건 같은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업무를 맡은 관료들이 책임감을 갖지 않는 한 마찬가지이다. 학교급식 대량 식중독사고에 대해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소식이 있다. 관료들이 책임감을 갖게 만드는 촉진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상종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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