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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겨레] 만주말 / 권재일

등록 2006-07-20 22:16

말겨레
물밀듯 밀려오는 외국말에 어지러워진 우리말을 걱정할 때 흔히 이런 표현을 한다. “잘못하면 우리말도 저 만주어처럼 사라질지 모른다.”

청나라를 세워 한때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만주족이 쓰던 만주말은 이제 글자와 함께 이 세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만주족은 현재 자기네 말을 버리고 중국어를 쓰고 있다. 만주말은 알타이어족의 만주-퉁구스어파에 드는 말이다. 같은 어파에 속하는 언어들은 대부분 중국 헤이룽장성(흑룡강성)과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 흩어져 있는 소수민족 언어들이다. 만주말과 가장 비슷한 말은 지금 중국 서부의 신장 지역에서 쓰이는 ‘시버말’이다.

현재 만주말이 쓰이는 유일한 곳은 중국 헤이룽장성 푸유현의 작은 마을 산짜스촌이다. 현대적 목축업이 발전하여 집안마다 수입이 꽤 높은 부유한 마을이라고 이 마을 촌장이 방문객에게 소개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이 마을에는 약 280집, 천여 명이 살고 있다. 그 절반 정도가 만주족이며, 그 밖에 한족을 비롯한 여러 겨레가 어울려 살고 있다. 그 만주족 가운데 실제 만주말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스물에 불과하며, 그저 몇 마디 정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까지 합쳐도 200명을 넘지 못한다.

그 스무 명, 또는 200명이 세상을 등지고 나면 만주말은 영영 사라져 버릴 것이다. “우리말도 저 만주어처럼 사라질 위기에 이르기 전에” 우리 모두 우리말 지킴이가 돼야 할 것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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