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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다윈의 악몽 / 한승동

등록 2006-07-24 18:27

한승동 선임기자
한승동 선임기자
유레카
“(르완다 난민 구호용 유엔 지원물자 수송기) 조종사들은 원조물자만 싣고 가는 건 아니라고 귀띔해줬다. …‘왜 콩고에서 내전이 일어날까. 도대체 누가 폭탄과 칼라슈니코프를 갖고 오나 …’ 이것이 〈다윈의 악몽〉 착상 계기였다. 그 얘기는 현대의 엄청난 광기를 드러내고 있었다. 비행기는 기계의 상징이자 다른 많은 상징들, 곧 세계화의 상징, 폭력의 상징을 실어나른다. … 수송기가 유럽·미국에서 유전자 조작 싸구려 식품들을 ‘인도적 원조’라는 이름으로 싣고 와서는 아프리카 극빈자들을 먹인다. 그리고 돌아갈 땐 유럽이나 미국·일본 미식가들 입맛에 맞는 웰빙 물고기 가공육을 잔뜩 싣고 간다.”

1960년대 아프리카 빅토리아호에 실험용으로 커다란 육식어 나일강 농어(나일퍼치)를 풀어놓자 재래어종들을 절멸시키며 번창했고 생태계는 급속히 파괴됐다. 농·어업 토대의 자연경제에서 평화롭던 주민생활은 나일퍼치가 부자나라 미식가들에게 팔리면서 폐허로 변했다. 화폐경제는 극소수 자본가들 배만 불렸을 뿐 가공공장 공원이나 경비원 등으로 입에 풀칠할 수밖에 없게 된 주민들은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면서 술과 에이즈로, 또는 악어밥이 돼 죽어갔다. 여자들은 몸을 팔고 아이들은 구더기 우글거리는 나일퍼치 쓰레기를 뒤져 목숨을 이었다.

오스트리아 태생 영화작가 후베르트 자우퍼(40)의 〈다윈의 악몽〉은 신자유주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비극의 땅 아프리카 현실을 나일퍼치 얘기를 매개로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2004년 말 상영 이후 프랑스에서만 20여만의 관객을 모았으나 우리나라에선 소수의 관심있는 사람들만 봤다. 석유가격이 폭등하고 에너지 문제가 부각되자 자원 풍부한 대륙 아프리카로 가자는 구호들이 이 땅에서도 난무하기 시작했다. 〈다윈의 악몽〉은 이런 움직임에 경고하는 묵시록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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